‘두산 원클럽맨’ 유희관이 그라운드와 작별하던 날 [현장리포트]

입력 2022-04-03 1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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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린다. 은퇴식을 치르는 유희관이 경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잠실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유희관 KBSN스포츠 해설위원(36)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는 등 통산 281경기에서 101승69패1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ERA) 4.58의 성적을 거두며 두산 베어스의 핵심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선수생활 내내 단 한 번도 두산 유니폼을 벗지 않았던 그를 향한 팬들의 사랑은 각별했다.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그의 은퇴 기념 행사가 진행됐다. 경기에 앞서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취재진 앞에 선 그는 “은퇴식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드린다”며 “나이가 먹었는지 눈물이 많아지더라. 슬픈 은퇴식이지만 최대한 유쾌하게 하려고 한다”고 미소를 보였다.

경기 직전에는 29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라 양 팀 팬들에게 인사한 뒤 힘차게 시구를 했다. 현역 시절과 같은 투구폼으로 슬로커브를 던졌다. 그의 데뷔 첫 승(2013년)과 통산 100승(2021년) 경기에서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던 포수 박세혁이 공을 받았다.

시구 이후 그는 조용히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4회말 김재환의 솔로홈런이 터지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구단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팀이 1-0 승리를 거둔 덕분에 은퇴식 분위기 역시 한껏 고조됐다. “경기에 지면 팬들이 화가 나서 나갈 테니 꼭 이겨야 한다”는 그의 응원을 받은 선발투수 최원준도 6이닝 무실점 호투로 선배의 은퇴식을 빛냈다.

경기 후 유희관이 은퇴 기념 티셔츠를 착용하고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산 팬들은 물론 한화 팬 일부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그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단상에 오른 그는 은퇴사를 읽는 내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두산 동료들과 함께 한 시간은 죽어도 잊지 못할 것”이란 말에선 진심이 느껴졌다. 마운드 위에서 큰절을 올린 그는 함께했던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으며 두산 구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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