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황금종려상 그 이상 성과

입력 2022-05-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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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황금종려상이 아니라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29일(한국시간) 폐막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은 그 이상 빛나는 성과를 냈다고 영화계는 평가하고 있다.


●외신 극찬·평점 최고점

2004년 ‘올드보이’로 처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후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쥔 박 감독은 이후 2009년과 2016년 각각 ‘박쥐’와 ‘아가씨’로 경쟁부문 레드카펫을 밟았다. ‘박쥐’로는 심사위위원상을 받았다.
이에 박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칸의 네 번째 러브콜을 받으면서 국내외 매체들은 “드디어 황금종려상을 받을 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개막 전부터 외신들이 뽑은 ‘올해 칸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영화’, ‘무조건 상을 받게 될 영화’ 등 다양한 수상 예측에서도 ‘헤어질 결심’은 빠지지 않았다.
실제 24일 공식 상영을 통해 영화가 첫 공개된 이후 반응은 뜨거웠다. 외신들은 “‘올드보이’ 이후 박찬욱 감독의 최고작”(퍼스트쇼잉 넷), “경쟁부문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인 작품”(할리우드 리포터), “또 하나의 마스터피스, 현존하는 최고의 스토리텔러”(무비)등 극찬을 쏟아냈다.
프랑스의 르 필름 프랑세, 카오스 등 주요 매체가 칸 국제영화제 데일리 소식지를 통해 매일 공개하는 경쟁부문 상영작 평점에서도 최상위권이었다. 특히 영국의 스크린 데일리는 21편 중 ‘헤어질 결심’에 가장 높은 평점인 3.2점(4점 만점)을 줬다. 3점을 넘은 유일한 영화였다.


●“황금종려상이 전부는 아냐”

황금종려상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만큼 박 감독의 감독상 수상을 다소 아쉬워하는 시선도 나온다. 하지만 정작 박 감독은 “(매체의)평점은 평점일 뿐이다. 그런 평점이 수상 결과와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많은 경험을 통해 배웠다”며 웃었다.
영화계는 “매체 평점이 증명하듯, 박 감독은 의미 황금종려상 수상에 상응하는 인정을 받았다”고 입을 모은. 영국 런던아시아영화제 전혜정 집행위원장은 “영국 영화비평계를 대표하는 피터 브래드쇼는 가디언지에서 ‘헤어질 결심’에 5점(만점)을 줬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그의 평점만 봐도 영화의 완성도와 성취가 이미 입증된 셈”이라고 밝혔다.
특히 영화평론가들은 박 감독이 자극적인 표현을 배제한, 고전적이고 우아한 색채가 가득한 멜로영화를 통해 감독상을 받은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대변되는 가벼움의 시대, 그리고 가짜가 판치는 모조품의 시대에 지독히도 고전적인 영화를 만든 박 감독이 영화의 전통을 끈질기게 지켜나가고 있는 세계 최고의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면서 “이는 그가 최고의 연출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칸(프랑스) |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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