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관왕, 그 뒤엔 두 ‘공룡 엔터기업’ 있었다 [이승미 기자의 칸 리포트]

입력 2022-05-3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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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부터 29일까지 제75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린 프랑스 칸의 거리에 영화 ‘헤어질 결심’(왼쪽)과 ‘브로커’의 포스터가 커다랗게 내걸려 있다. 칸(프랑스)|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헤어질 결심’·‘브로커’의 못다한 이야기

두 영화 모두 투자·배급 CJ ENM
최고 호텔 대형 배너 등 통 큰 홍보
“내 작품 이렇게 크게 걸린 적 처음”
칸 8번 방문 고레에다 감독도 감탄

‘헌트’ ‘브로커’ 제작한 카카오엔터
영상산업 진출 3년만에 세계 눈도장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 축제 칸 국제영화제가 29일(이하 한국시간) 막을 내리며 두 편의 한국영화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에 트로피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두 영화는 모두 국내 최대 영화 투자배급사 CJ ENM의 작품으로 이 회사는 이번 성과를 통해 저력을 과시했다. ‘브로커’는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으로 이번 영화제에서 각광 받은 ‘헌트’와 함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가 제작한 작품이다.

영화를 중심으로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흐름을 주도해온 CJ ENM(CJ)과 새롭게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높인 셈이다. 이는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영향력을 선점하기 위한 두 ‘공룡’ 기업의 또 다른 경쟁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CJ ENM…‘진짜 승자’

CJ는 1990년대 이후 한국영화 투자·배급에 기반해 시장을 키워왔다. 특히 이미경 부회장이 중심에 서면서 해외시장을 넓히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의 수상에도 CJ의 이 같은 역량이 총집결해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나온다. 두 사람이 수상 직후 이 부회장을 언급하며 특별한 감사를 전한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로 CJ는 칸에서 두 작품을 해외시장에 알리는 데 힘을 기울였다. 18일 막을 올린 올해 영화제 기간에 두 영화의 포스터 등 선전제작물은 경쟁부문 경연작 21편 가운데 압도적으로 눈에 띄었다. 영화제 공식 초청작의 감독과 배우들이 묵는 특급호텔인 바리에르 르 마제스틱의 건물 외벽에 내걸린 두 영화의 대형 배너가 이를 확연히 보여줬다.

2001년 ‘디스턴스’ 이후 칸에 여덟 차례 방문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조차도 거리에 자신의 작품이 이렇게 크게 걸린 것을 처음 본다며 “CJ가 우리 영화를 진심으로 지지해주는 것이 느껴진다. 내가 묵는 호텔에도 ‘브로커’의 대형 배너가 걸려 너무나 놀랐다.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밝힐 정도였다.

이처럼 현지에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CJ의 홍보마케팅 활동도 해외 영화관계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고 칸을 찾은 한국영화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칸 국제영화제 기간에 문을 열었던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 견본시 칸 필름마켓에서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이 전 세계 각국에 판권을 선 판매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다.


●카카오…‘브로커’ 제작사를 품 안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칸 국제영화제에서 해외시장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2019년 카카오M 출범으로 음악 콘텐츠 사업에 발을 내디딘 이후 영상 콘텐츠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온 지 3년 만의 성과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9월 ‘브로커’ 제작사인 영화사 집을 품에 안았다. 인수 가격은 179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사 집은 ‘그놈 목소리’, ‘전우치’, ‘내 아내의 모든 것’, ‘검은 사제들’ 등 히트작을 만들었다. 앞서 이정재의 연출 데뷔작 ‘헌트’의 공동제작사 사나이픽쳐스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우산’으로 들어갔다. 140억원의 규모였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브로커’의 남우주연상 수상, ‘헌트’에 대한 해외 호평이라는 성과를 동시에 얻음으로써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확보해가고 있는 영화 관련 IP(지적재산권)와 제작사 등 인프라 구축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키워갈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칸(프랑스)|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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