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운동하는 당신, 남성갱년기 극복할 수 있을까 [건강 올레길]

입력 2022-06-08 1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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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근육질의 멋진 40대 중반 연예인이 자신의 남성호르몬 수치를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의 크고 멋진 근육은 정말 보기만 해도 남성성이 넘쳐 흐르고, 이러한 남성다움을 유지해주는 남성호르몬, 즉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반 남성들보다 높은 것이 당연해 보인다.


그렇다면 근육 양이 별로 많지 않은 일반 중년의 남성들은 모두 남성호르몬 수치가 저하되어 있을까.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과 남성호르몬 수치, 그리고 남성갱년기는 어떠한 관련성이 있는 걸까.


남성갱년기라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테스토스테론 결핍 증후군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어느 기준치 이하로 감소하고 성적, 신체적, 정신적으로 전형적인 남성갱년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로 정의할 수 있다.

◆ 남성갱년기 관련 증상
▽육체적 변화
고환 용적 감소, 체모 감소 및 소실, 여성형 유방, 제지방 체중 및 근력 감소
내장 비만, 골밀도 감소,
▽성적 증상
성욕감퇴, 발기부전, 야간수면발기 감소, 정액양 감소
▽인지 및 정서, 삶의 질 관련 증상
기분의 변화, 수면 장애, 우울증, 인지능력의 저하, 에너지와 참을성의 감소
▽관련된 상황들
남성 요인 불임, 대사증후군, 빈혈

남성갱년기의 유병률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이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테스토스테론 결핍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개인의 건강 상태와 매우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허리둘레 증가와 같은 비만으로 대표되는 대사증후군의 경우, 테스토스테론 결핍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환인데, 대사증후군 자체가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과 관련성이 많기 때문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저하되는 남성 갱년기의 경우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위험도가 당연히 증가한다.

●유산소 운동, 유의미한 테스토스테론 수치 증가


남성갱년기는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통해 손쉽게 치료가 가능하다. 이러한 테스토스테론 치료와 함께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것이 금연, 절주, 식이조절 및 운동과 같은 생활습관 교정이다.
앞서 언급 되었던 운동은 대사증후군의 조절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고, 당연히 대사증후군과 깊은 관련성이 있는 남성갱년기와도 밀접한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크게 운동은 저항성 운동과 유산소 운동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저항성 운동은 근육의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는 운동으로 근육의 양과 힘을 증가시키는데 유리한 운동이고, 유산소 운동은 조깅, 수영 등과 같이 체중을 조절하고 심폐기능을 향상시키는데 더 도움이 되는 운동으로 잘 알려져 있다.


보디빌더들은 근육을 키우기 위해 저항성 운동에 집중을 하고, 비만 환자들에게는 유산소 운동을 적극 권장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그렇다면, 남성호르몬 수치를 높이고 정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운동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까.


얼핏 생각하기에 저항성 운동을 통해 근육을 키우는 것이 남성호르몬 수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에 필자가 발표했던 연구 결과를 하나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87명의 중년 남성들을 대상으로 체성분 검사 및 6가지 대표적인 운동능력 (심폐체력, 유연성, 민첩성, 균형감각, 근지구력, 근력)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여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관련성이 있는 항목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보았다.


연구를 수행하기 전에는 근육량이나 근력 관련 항목들이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였으나, 오히려 체지방률 및 복부지방률과 심폐체력이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저항성 운동보다 오히려 지방량을 줄이고 심폐체력을 키울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 테스토스테론 수치 증가에 더 효과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당뇨를 동반한 남성갱년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1년에 걸쳐 시행하여 그 효과를 확인한 연구 결과를 보면, 철저한 관리 하에 유산소 운동만 1년에 걸쳐 꾸준히 시행한 경우에도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의미 있는 상승이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연구도 90여명의 평소 운동을 하지 않는 비만 노인들에게 일주일에 200시간 이상씩 유산소 운동을 6개월 동안 시행한 결과,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성기능이 의미 있게 향상되었음을 보고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유산소 운동을 이용한 12주간의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통해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남성 (평균 나이 62세)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의미 있게 증가시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론, 유산소 운동만이 남성호르몬 수치를 증가시키는 것은 아니다. 근육을 강화시키는 저항성 운동도 여러 연구들을 통해 테스토스테론 수치 상승을 가져올 수 있음이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대체로 저항성 운동을 단기적으로 격렬하게 시행하였을 경우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증가된다는 결과들이 많고, 장기적인 저항성 운동 효과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다. 일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모든 급격한 저항성 운동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증가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운동의 총량이 큰 경우에만 테스토스테론 수치 증가가 나타난다고 보고하고 있다.
근육의 부위에 따라서도 테스토스테론 증가 정도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는데, 작은 근육보다 대근육을 사용하는 경우에 테스토스테론 단기 상승 반응을 더 잘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하체 근육과 같은 큰 근육을 이용하여 격렬한 저항성 운동을 할 경우에 테스토스테론 수치 상승이 더 효과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남성호르몬 보충요법, 운동요법 병합 효과

실제, 남성갱년기 환자들을 치료하다 보면 남성호르몬 치료 후 그 효과가 잘 유지되는 경우도 있지만, 치료 중단 후 원래의 상황으로 회귀하는 케이스들도 많다. 어떤 부분들이 이런 효과 유지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필자가 진행한 또 다른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남성호르몬 치료 시행 당시 치료에 반응이 있었고, 현재는 치료 중단 중이지만 치료 효과 유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150 여명의 환자들의 자료를 분석하였다. 치료 효과가 유지되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간의 비교한 결과 치료 효과가 잘 유지되고 있는 그룹은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의 기간이 10개월 정도로 치료 효과가 유지되지 않는 그룹에 비해 더 충분한 치료 기간을 가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 3회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을 시행하는 비율도 치료 효과를 유지하지 못하는 그룹에 비해 월등하게 높음을 알 수 있었다.(45.8% vs 9.8%)
즉, 10개월 이상의 충분한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시행하면서 주 3회 이상의 규칙적인 운동을 시행하도록 하는 것이 치료 중단 후에도 그 효과를 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운동 치료가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진행하는데 있어 어떠한 효과를 가져오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50명의 남성갱년기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남성호르몬 보충요법만 3개월 시행 후 다른 치료 없이 2개월간 관찰을 하였고, 다른 한 그룹에서는 남성호르몬 보충요법과 규칙적인 운동요법을 3개월간 동시에 시행하도록 한 뒤, 그 후 2개월 동안은 남성호르몬 보충요법 없이 규칙적인 운동만 시행하도록 하였다.
남성호르몬 보충요법과 운동요법을 같이 병합하여 시행한 남성갱년기 환자들은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증가와 남성갱년기 증상의 호전이 남성호르몬 보충요법만 시행한 환자들보다 월등하게 좋게 나타났고,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중단하자 남성호르몬 보충요법만 시행했던 환자들은 혈청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남성갱년기 증상 모두 치료 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경향을 보였지만, 남성호르몬 보충요법 후에도 운동 요법을 꾸준히 시행한 환자들은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통해 상승된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향상된 증상들이 어느 정도 잘 유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상의 연구 결과들에서 알 수 있듯이 운동을 꾸준히 시행하는 경우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의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고,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중단하더라도 그 효과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이 이렇게 테스토스테론 상승과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운동이 체내 인슐린과 산화 스트레스, 그리고 테스토스테론을 에스트라디올로 전환시키는 지방 세포인 아로마테이스 (aromatase)의 농도를 감소시키고, 근육과 혈청 내의 DHT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 농도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자, 이제 우리가 처음에 가졌던 의문들에 답할 차례이다. 저항성 운동을 통해 근육을 키우는 것은 분명 남성호르몬 수치를 증가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저항성 운동만으로 남성호르몬 수치를 효과적으로 상승시키고 유지할 수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유산소 운동이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상승과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고, 실제 필자가 진행한 연구에서도 유산소 운동을 통해 개선시킬 수 있는 심폐체력과 지방량 등이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깊은 관련성이 있었다.
따라서, 중년 남성이 갱년기를 피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저항성 운동을 통해 근육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기 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운동을 통해 건강 체력을 유지하는 방안이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TV에 나오는 연예인처럼 근육을 크게 만들지 않아도 적절한 운동을 통해 비만을 예방한다면 중년 남성들도 충분히 정상적인 남성호르몬 수치를 유지할 수 있고 남성 갱년기를 피해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증상이 심하고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현격하게 떨어져 있는 남성갱년기 환자의 경우는 운동 요법 단독 만으로는 남성갱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경우에는 적절한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운동 요법과 같이 시행하는 것이 증상 개선과 테스토스테론 수치 상승에 도움이 된다. 충분한 기간 동안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시행하여 증상이 조절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운동 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남성갱년기는 약물 치료에만 의존하여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라, 운동요법을 비롯한 생활습관 개선을 반드시 병행해야 제대로 치료 할 수 있는 질환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박민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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