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라인’ 정우영-엄원상, 한 뼘 더 자란 차세대 에이스…이집트전도 지켜봐

입력 2022-06-1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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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왼쪽), 엄원상. 스포츠동아DB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 평가전. 1-2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3분, 축구국가대표팀의 ‘극장골’이 터졌다. 베테랑 수비수 김영권(울산 현대)이 길게 넘긴 볼을 받은 엄원상(울산)이 논스톱으로 밀어주자,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침착하게 마무리해 2-2를 만들었다. 1999년생 동갑내기 공격 콤비가 엮은 드라마에 4만 관중이 토해내던 “대~한민국”의 함성 데시벨은 정점을 찍었다.


브라질(2일·1-5 패)~칠레(6일·2-0 승)에 이은 6월 A매치 4연전 중 3번째 경기였고, 한국은 1승1무1패를 기록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의 대표팀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집트와 친선경기를 끝으로 6월 여정을 마무리한다.


파라과이전은 상당히 답답했다. 상대의 빠른 역습과 우리의 실책이 겹쳐 순식간에 2골차로 뒤졌다. 다행히 주장 손흥민(토트넘)의 프리킥 만회골 직후 엄원상과 정우영이 ‘작품’을 만들어내 패배를 면할 수 있었다.


둘 다 후반 교체 투입됐다. 결과적으로 벤투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했다고 볼 수 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후반 15분 나상호(FC서울)를 빼고 엄원상을 투입한 뒤 후반 29분에는 권창훈(김천 상무) 대신 정우영을 내세웠다.


공격 2선 중앙과 측면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펼쳤다. 빠른 발과 기술을 겸비한 엄원상, 높은 축구지능과 볼 컨트롤 능력을 갖춘 정우영이 11월 개막할 2022카타르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들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설 만큼 정우영은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앞선 칠레전에서도 전반 21분 황희찬(울버햄턴)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슛·패스 리듬과 템포, 탈 압박 능력까지 장점이 많다. 벤투 감독은 “기술·전술적 능력이 뛰어나고, 경기 이해도가 좋다. 수준 높은 리그에서 뛰어 경기 적응력도 상당히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울산의 K리그1 우승 도전에 힘을 보태고 있는 ‘스피드 레이서’ 엄원상은 특급 조커로서 활용 가치가 크다. 볼을 달고 폭풍 질주하는 그의 주력은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칠레도, 파라과이도 측면을 매섭게 넘나드는 엄원상에게 어려움을 겪었다.


6월 A매치 4연전을 위해 대표팀이 소집됐을 때만 해도 정우영과 엄원상을 주력 멤버로 보는 시선은 거의 없었다. 그럴 만했다. 공격 2선은 넘친다. 전방까지 커버하는 손흥민 외에도 권창훈, 나상호, 송민규(전북 현대) 등에다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황희찬,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이재성(마인츠) 등이 있다.


당장 쟁쟁한 선배·동료들과 경쟁을 뚫기는 버거워도 나름 뚜렷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폭발적 에너지는 불리한 경기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최상의 무기다.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정우영과 엄원상은 이집트전도 단단히 벼르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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