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극장가 ‘빅4’ 기대 이하 성적, 왜?

입력 2022-08-26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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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용의 출현

믿었던 ‘한산’도 1000만 좌절

손익분기점 넘긴 영화 ‘한산’이 유일
관람료 인상·OTT 시장 확대 등 원인
“블록버스터 4편 잇따라 공개 무리수”
여름시장 흥행을 노린 한국영화의 희비가 엇갈렸다. 감염병 사태 이후 ‘범죄도시2’가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면서 극장 관객수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시각 속에 네 편의 대작이 간판을 내걸었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이라는 일부 평가가 나온다. ‘외계+인’과 ‘비상선언’은 이미 흥행에 실패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한산: 용의 출현’(한산)과 ‘헌트’가 호평 속에 순항 중이지만 ‘대박’ 흥행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1000만 영화 없는 여름, 위기감 커져”

24일 현재까지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한산’이 유일하다. 이날까지 누적 682만 관객을 모으며 250억 원의 제작비를 거둬들이게 됐다. 앞서 200∼300억원 규모의 제작비를 들인 ‘외계+인’과 ‘비상선언’은 각각 150만 명과 200만 명에서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한산’도 상영 5주차를 지나며 급격하게 기세를 잃어 평일 하루 평균 3∼4만여 명, 주말 10만여 명을 동원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800만 관객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극장을 떠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9월 추석 명절을 겨냥하는 신작이 대거 개봉할 예정이어서 ‘한산’의 자리는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10일 개봉해 2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328만 관객을 모은 ‘헌트’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영화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박기용 영화진흥위원장은 25일 “올해 여름을 기점으로 극장의 완전 정상화를 기대했다”면서 “감염병 여파로 개봉을 미뤄둔 대작이 여전히 많아 향후 시장의 흐름을 더욱 주시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관람료 인상의 영향?”

영화관계자들은 올해 여름시장에서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예상 밖으로 고전한 배경의 하나로 “극장 관람료”를 꼽고 있다. 각 극장은 2020년 2월 감염병 확산 사태 이후 관객이 급감하고 매출 규모가 크게 줄어들자 관람료를 40%가량 올려 받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 여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네 편 가운데 가장 앞서 ‘외계+인’이 개봉한 7월20일부터 이달 24일까지 극장 총 관객수는 약 2025만 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약 2984만 명)보다 32%나 줄어들었다. 하지만 극장 매출 규모 감소세는 약 2512 억 원에서 2071억 원으로 17%에 불과했다.

박기용 영화진흥위원장은 “극장 관객수가 많이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감염병 확산 이전인 2019년에 비하면 여전히 차이가 크다”면서 “관람료 인상이 관객 회복 속도에 영향을 미친 듯 보인다”고 밝혔다.


●“영화 관람 행태가 달라졌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 확대에 따른 관객의 관람 행태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OTT 플랫폼에 익숙해진 관객이 ‘특별한 극장용 영화’를 따로 생각하게 됐다”면서 “평가가 엇갈리는 작품을 굳이 극장에서 보지 않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꺼번에 극장에 몰린 대작들이 관객을 나눠 가지면서 흥행 경쟁이 ‘치킨게임’ 양상이 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극장 관객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네 편이나 잇따라 시장에 내놓은 건 무리수였다”면서 “한국영화 기대작 뿐 아니라 ‘탑건: 매버릭’과 애니메이션 ‘미니언즈2’ 등 외화까지 관객을 분산시켰다”고 말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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