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 소피텔 엠버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민영화 20주년 기념식’에서 ‘더 나은 디지털 세상을 만들어가는 디지코 KT’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는 구현모 대표. 사진제공|KT

8월 30일 소피텔 엠버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민영화 20주년 기념식’에서 ‘더 나은 디지털 세상을 만들어가는 디지코 KT’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는 구현모 대표. 사진제공|KT


미디어 사업 재편 나서는 KT그룹

스카이라이프TV-미디어지니
합병법인 11월 1일 공식 출범
“3년후 ENA 가치 1조원 목표”
일각선 “지주형 회사 전환 겨냥”
KT그룹이 미디어 사업 재편에 나선다. 그룹 내 종합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 스카이라이프TV와 미디어지니의 합병법인을 11월 출범하기로 했다.

스카이라이프TV는 1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결의했다. 그룹의 MPP 역량을 모으고,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주목받은 ENA 채널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해 ‘톱 티어 MPP’로 도약한다는 그림이다. ENA 채널을 중심으로 콘텐츠 제작과 편성을 일원화해 경영 효율성 및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한편 단일 채널 법인으로서 전략적인 시장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이번 합병을 KT그룹의 ‘지주형 회사 전환’의 일환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합병법인 11월 1일 출범


스카이라이프TV와 미디어지니의 합병법인은 11월 1일 공식 출범 예정이다. 합병은 스카이라이프TV가 미디어지니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분은 KT스카이라이프가 62.7%, KT스튜디오지니가 37.3%씩 보유한다.

지난해 10월 미디어지니(현대미디어)가 KT그룹으로 편입되면서 KT그룹은 스카이라이프TV와 미디어지니 2개의 PP 계열사를 보유하게 됐다. 4월에는 스카이라이프TV와 미디어지니가 보유한 채널 중 4개를 ‘ENA’와 ‘ENA 드라마’, ‘ENA 플레이’, ‘ENA 스토리’ 등으로 리브랜딩하기도 했다.

2004년 개국한 스카이라이프TV는 ‘애로부부’, ‘강철부대’, ‘나는SOLO’ 등 예능 화제작을 선보이며 호응을 이끌어 왔다. 4월 ENA 브랜드 탄생 이후엔 ‘구필수는 없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굿잡’ 등의 드라마를 론칭하며 브랜드를 각인시켰다. 합병법인은 지속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및 제작을 통해 ENA 브랜드 가치를 더 향상시켜 나갈 방침이다.

윤용필 스카이라이프TV-미디어지니 대표는 “ENA는 KT그룹의 ‘One and Only’ 채널 브랜드로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힘쓸 것이다”며 “스카이라이프TV는 축적된 킬러 콘텐츠를 바탕으로 MPP 사업자에서 글로벌 IP 사업자로 거듭나 3년 후 ENA 브랜드 가치를 1조 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지주형 회사 전환 일환’ 분석도

일각에선 이번 합병으로 지주형 회사 전환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T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주형 회사 전환’ 가능성을 언급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지주회사 전환은 아니지만, 지주형으로의 전환은 분명 관심 있다”며 “실제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지주형으로 전환이 되면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밑그림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과 미디어, 금융 등 주요 사업 부문들이 KT를 떠받치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이번 합병에 앞서서도 사업 구조 재편 움직임을 보여 왔다. 4월에는 클라우드·IDC(인터넷 데이터센터) 사업을 KT클라우드로 분사하기도 했다. KT는 또 콘텐츠와 금융 계열사의 기업공개(IPO)도 검토하고 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