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훼손 vs 인종편견…‘흑인 인어공주’ 뜨거운 논란

전 세계 누리꾼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흑인배우 할리 베일리가 주연한 디즈니 영화 ‘인어공주’ 예고편의 한 장면. 사진제공｜월트 디즈니 컴퍼니

디즈니 영화 ‘인어공주’ 예고편 공개
‘싫어요’ 272만명 광클…‘좋아요’ 2배
디즈니 잇딴 ‘PC주의’도 도마에 올라

흑인배우가 주연한 디즈니 영화 ‘인어공주’에 대한 전 세계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원작 훼손”이라는 의견과 “다양성을 위한 긍정적 변화”라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는 가운데, ‘다인종 캐스팅’을 기반으로 고전 애니메이션을 실사화 하고 있는 디즈니의 행보에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월트디즈니(디즈니)가 10일 유튜브에 공개한 ‘인어공주’의 첫 예고편이 12일 만에 2171만 뷰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캐스팅 발표서부터 논란을 야기했던 주인공 에리얼 역의 흑인배우 할리 베일리가 레게머리를 한 채 예고편에 등장하자 272만 명의 누리꾼이 ‘싫어요’를 눌러 불만을 표현했다. ‘좋아요’를 누른 누리꾼은 112만 명에 불과하다.

일부는 “흑인 인어공주를 인정할 수 없다”며 트위터에 #notmyariel(나의 에리얼이 아니야)라는 해시태그 달기 운동을 시작했다. 이에 맞서는 이들은 #Blackgirlmagic(흑인 소녀의 마법), #representationmatters(대표성이 중요하다)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예고편을 보며 기뻐하는 어린 흑인 소녀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잇달아 포스팅했다.

인어공주’ 외에도 여러 실사 영화의 주인공을 원작과 다른 인종으로 캐스팅 한 디즈니는 “에리얼은 인어다. 인어는 누구든 될 수다. 애니메이션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 같은 선택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건 당신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디즈니는 ‘피노키오’의 파란요정과 ‘피터팬’의 팅커벨을 각각 흑인배우 신시아 에리보와 야라 샤히디에게 맡겼다. “흑단 같은 검은 머리에 눈처럼 하얀 피부”로 잘 알려진 ‘백설공주’의 타이틀롤로 라틴계 배우 레이첼 지글러를 낙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 세계에 막강한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사인 디즈니의 이 같은 행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일부는 “PC주의(정치적 올바름: 성별이나 성적 지향·종교·인종 등이 갖는 편견에서 자유로워지자는 운동)를 지나치게 의식하며 원작을 파괴·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20일 “원작 훼손 여부에 집착하기 전에 원작이 가진 차별적인 요소와 현대 감수성에 맞지 않은 표현 등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며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진보적 변화를 무조건 ‘지나친 PC주의’라고 매도하는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