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라미란’

영화 ‘정직한 후보2’의 개봉을 하루 앞두고 만난 배우 김무열(40)에겐 함께 주연한 라미란을 향한 애정과 자부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다른 코미디 영화에는 없는 강점을 묻자 “라미란의 존재”라고 답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2020년 개봉해 153만 관객을 모은 1편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라미란이 연기하는 국회의원 주상숙의 충직한 보좌관 ‘박희철’ 역을 맡았다. 1편에 주상숙이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벌인 일들을 수습하기 바빴지만 이번엔 주상숙과 함께 ‘진실의 주둥이’를 갖게 돼 ‘쌍으로’ 좌충우돌한다.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김무열은 “라미란의 원톱 코미디물이었던 1편과 달리 2편은 라미란·김무열의 투톱 버디물”이라는 평가에 대해 고개를 저으며 “우리 영화는 여전히 라미란 원톱물”이라고 강조했다. “주연의 책임감을 가지지 않고 연기했다는 말은 아니다”고 말은 더한 그는 “영화는 미란 누나가 없었으면 나오지 못했다. 미란 누나에 대한 칭찬은 아무리 말해도 모자라다. 어떻게 매 테이크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신기할 정도다. 정말 대단한 배우다”라고 힘줘 말했다.


○“나는 라미란 액팅스쿨 출신!”

그는 코믹 연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면서 1편에서 홀로 코믹 연기를 펼친 “라미란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했다. 극중 주상숙의 철없는 남편을 연기한 윤경호와 “1편의 라미란 연기를 수차례 다시 보며” 연기를 준비했다고 돌이켰다.

“누나가 아디이어도 많이 주셨어요. 누나에게 얼마나 의지했는지 몰라요. 저와 경호형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는 라미란 액팅스쿨 1기생들’이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니까요. 하하. 누나가 말해주는 것들을 100% 해내지 못해도 누나의 말을 듣고 시도하다보면 그 안에서 새로운 게 나오기도 하더라고요.”

“극심한 배멀미” 때문에 바다 한 가운데 떠있는 통통 배 위에서의 장면 촬영이 가장 힘들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연기하다가도 “컷” 소리가 나올 때마다 수차례 속을 게워냈다.

“수영, 서핑 등 바다서 노는 걸 워낙 좋아해서 제가 멀미가 심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어요. 박희철과 주상숙의 사이가 틀어져있는 장면이었는데 영화를 보니 멀미 덕에 불편해하는 표정이 더 잘 나온 느낌이더라고요. 하하. 오히려 잠수신은 촬영은 수월했어요. 그런데 미란 누나는 저 보다 훨씬 오래 잠수하셨어요. 스킨 스쿠버 자격증까지 있으시더라고요.”


○“취향 타는 장르 코미디, ‘정직한 후보2’ 자신 있다”

‘정직한 후보’ 시리즈를 통해 “코미디의 매력”과 “어려움”을 동시에 알게 됐다는 그는 그렇기 때문에 “코미디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이 더욱 존경스럽다”고 강조했다. 전편을 통해 코미디 영화로는 최초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라미란이 더욱 “대단하다고 자랑스러운” 이유다.

“코미디라는 게 사실 취향을 많이 타는 장르이기도 하잖아요. 내 취향에 맞는 코미디는 너무 웃기고 재미있지만 취향에서 벗어나는 영화를 볼 때는 ‘저게 웃겨?’라는 생각이 들다 못해 기분이 나쁠 때도 있잖아요. 관객과 가까워 보이면서도 또 한순간에 멀어질 수 있는 장르가 바로 코미디라 생각해요.”

‘정직한 후보2’는 “코미디 영화의 매력”을 잘 살린 작품이라 자신했다. 영화가 가진 힘을 영화의 첫 공개 날인 시사회에서 여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아내와 함께 키우는 반려견 밤비가 많이 아파요. 항암치료를 1년 정도하고 더 이상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태가 돼 남은 시간을 편안하고 즐겁게 보내도록 호스피스 치료를 하고 있는데 시사회 날 상태가 정말 안 좋았어요. 시사회 내내 마음이 정말 무거웠죠. 그런데 영화를 보니 저도 모르게 웃게 되더라고요. 그때 이 영화의 힘을 느꼈어요. 지금 마음이 아프거나 힘든 일이 있는 분들에게 우리 영화 보는 동안만큼은 웃으실 수 있길 바라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