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고영표. 스포츠동아DB

KT 고영표. 스포츠동아DB


“일단 좀 쉬게 하면서 상황을 보려 한다.”

KT 위즈 에이스 고영표(30)가 한 박자 쉬어간다. 정규시즌 추가 등판 없이 포스트시즌(PS)에 대비할 가능성도 있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27일 “(고)영표가 올 시즌 170이닝을 넘게 소화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등판 이후 오른쪽 팔이 다소 무겁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참에 다시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군 엔트리 말소는 아니다. 팀 상황을 지켜보면서 선발등판 일자를 확정한다는 게 이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계획이다.

고영표의 정규시즌 잔여 등판 여부는 팀 상황에 따라 달라질 듯하다. KT는 키움 히어로즈와 3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3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고영표를 잔여경기 막판 선발로 내세워 마지막까지 경쟁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키움과 격차를 좁히지 못하거나 더 벌어지는 경우라면 고영표를 등판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 조기에 PS 대비 모드로 전환시키는 구상도 포함돼 있다.

이 감독은 “키움과 상대전적에서도 밀리는 등 3위 경쟁에서 우리가 다소 불리한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면서 고영표의 선발등판 여부와 시점을 결정하려고 한다. 일찌감치 PS를 대비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KT 고영표. 사진출처 | KT 위즈 SNS

KT 고영표. 사진출처 | KT 위즈 SNS


고영표는 올 시즌 팀 내 외국인투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사실상 제1선발 역할을 맡아왔다. 26경기에서 13승7패, 평균자책점(ERA) 2.94의 믿음직스러운 성적을 냈다. 13승은 개인 한 시즌 최다승이고, 지난해 이어 올해도 2점대 ERA 달성이 기대된다. 21차례나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이하 투구)를 작성하며 총 174.1이닝을 책임지는 등 ‘이닝 이터’의 면모를 십분 발휘했다. KT 선발투수들 중 올 시즌 최다이닝이다.

지난해 정규시즌 동안 선발로만 나섰던 고영표는 한국시리즈에선 불펜투수로 변신해 3경기에 등판해 2홀드를 챙겼다. 올해 PS에선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에 도전한다. 이 감독은 PS에서 국내투수들 위주로 선발진을 꾸릴 생각도 품고 있는데, 그 중심에 고영표가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재충전의 시간을 얻을 것으로 보이는 고영표가 PS에서도 위력적 투구로 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