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설마’가 사람 잡았다

입력 2022-10-18 08: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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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독과점…문어발식 확장에 안전 소홀
데이터센터 분산 등 재난대응시스템도 구멍
인프라 투자 나몰라라…올해 6번이나 장애
윤 대통령 “독과점 주시”…규제의 칼 뽑을까
15일 카카오 서비스가 입주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대한민국이 혼돈에 빠졌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택시(카카오T), 간편결제(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계열의 서비스는 물론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등 파트너사 서비스까지 모두 제대로 작동이 안돼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더욱이 17일까지도 완전한 복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카카오의 서비스 운영 및 재난 대응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 등 함께 입주한 다른 기업의 경우 카카오와 달리 피해가 적고 서비스 정상화가 좀 더 빠르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카카오의 서비스 운영 부실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데이터센터 분산과 이중화 시스템을 잘 갖췄다면 이처럼 장기간의 서비스 장애는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는 이번에 불이 난 SK C&C 데이터센터에 총 3만2000여 대의 서버를 집중시켰다. 사실상 메인센터로 운용하던 곳이라 피해가 컸다. 한 곳의 데이터센터가 중단될 경우 시간차를 두고 서비스를 복원할 수 있는 이원화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화재를 “예상할 수 없는 사고”라고 표현한 경영진의 발언으로 인해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소홀하고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만 몰두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는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 등 경영진의 사과문을 냈지만 피해자들은 포털사이트에 손해배상을 위한 카페들을 개설하는 등 집단소송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서비스 장애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카카오 서비스는 2018년부터 최근 5년 동안 모두 19건의 장애가 발생했다. 올해만도 이번 사태를 포함해 벌써 6번째 서비스 장애가 있었다. 국민 대다수가 활용하고 있는 서비스임에도 오류 발생이 잦고 대응도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도 17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민간 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국가 기반 통신망과 다름이 없다”며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면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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