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월드컵’ 벤투에게도 카타르는 인생 무대다 [남장현의 사바-할 카이르]

입력 2022-11-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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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사바-할 카이르’는 아랍어로 ‘좋은 아침’을 뜻합니다!

결전의 순간이 임박했다.

축구국가대표팀은 24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남미의 전통 강호 우루과이와 2022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을 벌인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대회 이후 12년만의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으로선 반드시 승점을 확보해야 할 일전이다.

태극전사들은 14일 카타르 도하에 입성해 ‘전초기지’인 알에글라 트레이닝 사이트에서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선수단에는 하루만 전면 휴식이 주어졌을 뿐이다. 기대와 설렘, 건강한 긴장이 공존하는 조용한 공간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53·포르투갈)도 운명의 90분을 기다리고 있다.

지구촌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은 모두에게 특별하지만, 벤투 감독에게는 간절함으로 다가오는 무대다. 성공보다는 아쉬움이 많았다. 선수시절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2002한·일월드컵에서 그는 큰 실패를 맛봤다. 당시 포르투갈은 한국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무기력하게 0-1 져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반면 한국은 사상 첫 16강 진출에 성공한 여세를 몰아 4강까지 오르며 아시아축구사를 새롭게 썼다.

지도자로서도 월드컵은 좋은 기억이 아니다. 2004년 스포르팅CP(포르투갈) 19세 이하(U-19) 감독으로 지도자생활을 시작한 벤투 감독은 2010년 9월 조국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출발은 좋았다. 2012유럽선수권대회 4강을 이끌었다. 이어진 메이저대회는 2014브라질월드컵이었다. 플레이오프를 거쳐 유럽 예선을 통과한 포르투갈은 본선에서도 기대이하였다. 1승1무1패로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했다. 2016유럽선수권대회 예선에서도 부진해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 후 크루제이루(브라질), 올림피아코스(그리스), 충칭 당다이(중국)에서 프로 사령탑으로 활동한 벤투 감독은 2018년 8월 한국대표팀에 부임했다. 자신에게 크나큰 상처를 안긴 국가의 선장을 맡는 인생의 아이러니였다.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목표는 분명했다. 10회 연속·통산 11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한국은 과거에도 외국인 감독과 깊은 인연을 맺었지만, 벤투 감독처럼 예선부터 본선까지 4년을 오롯이 지휘한 이는 없었다.

그에게는 뚜렷한 철학이 있다. 기본에 충실한 축구다. 실수를 줄이며 만들어가는 플레이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준다. 시시각각 바뀌는 현대축구의 흐름을 무리해 따라가기보다는 고유의 팀 컬러를 유지하는 쪽을 선호한다.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전술 변화가 많지 않은 것도, 선수기용에 보수적인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그런 뚝심은 인정해야 하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당당히 도전한다면 더욱 그렇다.

짜릿한 성공과 또 한 차례 실패의 기로에 선 벤투 감독에게 카타르월드컵은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우리 선수들은 능력이 있다. 두려워하지 않고 월드컵을 즐겼으면 한다”는 그의 3번째 월드컵 도전기가 이제 막을 올리려 한다.

도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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