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바-할 카이르’는 아랍어로 ‘좋은 아침’을 뜻합니다!

‘손세이셔널’ 손흥민(30·토트넘)의 3번째 월드컵 여정이 16강에서 마무리됐다.


손흥민은 6일(한국시간)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 2022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했으나 사상 최초의 원정 대회 8강행은 무산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53·포르투갈)이 이끈 축구국가대표팀은 세계 최강을 상대로 최선을 다했으나 1-4로 패했다.


전 세계가 손흥민의 월드컵 행보에 주목했다. 지난달 초 마르세유(프랑스)와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원정경기 도중 안와골절로 쓰러졌기 때문이다. 긴급 수술을 받은 그를 향해 여기저기서 “월드컵은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당당히 일어섰고, ‘벤투호’의 일원으로 다시 한번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2014년 브라질대회, 2018년 러시아대회에 이은 3번째 도전이었다.


특수 제작된 안면보호용 마스크를 착용한 채 우루과이(0-0 무)~가나(2-3 패)~포르투갈(2-1 승·이상 조별리그 H조)~브라질까지 4경기를 모두 소화했으나 끝내 골 맛은 보지 못했다. 브라질에서 1골, 러시아에서 2골을 터트린 그에게 조금은 아쉬운 결과다.


그럼에도 모든 것을 쏟아냈다. 아직 뼈가 온전히 붙지도 않은 상황이라 조금만 뛰어도 마치 얼굴이 흘러내리는 듯한 고통이 느껴짐에도 주저 없이 공중볼을 다퉜고, 혼신의 질주로 동료들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불가능해 보였던 16강 진출도 손흥민의 발끝에서 만들어졌다. 1-1로 팽팽하던 포르투갈전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26·울버햄턴)의 역전 결승골을 도왔다. 70m 넘게 질주한 뒤 수비수 4명의 추격과 바로 앞 3명의 견제를 피해 절묘한 침투 패스로 결정적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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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전 종료 휘슬이 울리자, 손흥민의 입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이번 대회 개막에 앞서 ‘어쩌면 손흥민이 카타르를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할 수 있다’는 추측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A매치 때마다 힘겨운 이동을 반복해야 하는 유럽파인 데다, 나이도 어느새 30대임을 고려하면 그의 ‘대표팀 은퇴’는 무리가 아니다. 박지성(41·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도 30세였던 2011년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은 바 있다.


그러나 현 대표팀에서 손흥민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손흥민 없는’ A매치는 상상하기 어렵다. 게다가 4년간 지휘봉을 잡고 한국축구의 DNA를 바꾼 벤투 감독마저 브라질전을 끝으로 ‘굿바이’를 알렸다.


다행히 손흥민은 ‘도전’을 약속했다. “동료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잊지 못할 월드컵이 됐다. 우린 한순간도 ‘벤투 축구’를 의심하지 않았다”며 “(2026년 북중미)월드컵은 내 능력이 돼야 한다. 대표팀이 날 필요로 하는 한, 이 한 몸을 다 바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A매치 108경기에서 35골을 안긴 에이스의 폭풍질주는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도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