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권위지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올해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올해 10대 영화로 선정했다.

NYT의 수석 영화평론가인 마놀라 다기스는 6일(현지시간) 올해 인상 깊게 본 10개의 영화를 소개하면서 ‘헤어질 결심’을 8번째로 꼽았다.

그는 “이 미로 같은 영화의 아찔한 즐거움 중 하나는 남자 탐정의 미스터리한 여자에 대한 집착을 다룬 알프레드 히치콕의 가슴 저린 1958년 드라마 ‘현기증’을 정신 혼미하게 변주한 점”이라고 평했다. 박 감독이 독창적인 방식으로 히치콕의 영화를 재해석 했다는 것.

다기스는 “다시 한 번, 사랑과 배신뿐만 아니라 남자와 여자가 있다”며 두 영화의 유사점을 짚은 뒤 “그러나 ‘헤어질 결심’은 전개될수록 독특하게 뒤틀린 특유의 리듬이 자리 잡는다”고 차이점을 지적했다.

이어 “영화의 감정적 초점은 집착하는 연인에서 그의 가차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시선의 대상으로 점차 옮겨가고, 박 감독의 영리한 오마주는 가슴 아픈 응수로 변한다”고 마무리했다.

NYT의 이 같은 평가는 내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에서 수상을 노리는 ‘헤어질 결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이 영화를 내년 초 열리는 제95회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출품작으로 선정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도 지난 2020년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기에 앞서 NYT의 \'2019년 10대 영화\'에 선정된 바 있다.

한편 다기스는 ‘헤어질 결심’외에도 ‘EO’(예지 스콜리모프스키), ‘쁘띠 마망’(셀린 시아마), ‘놉’(조던 필), ‘노 베어스’(자파르 파나히), ‘키미’(스티븐 소더버그), ‘디 이터널 도터’(조안나 호그), ‘해프닝’(오드리 디완),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로라 포이트라스) 등을 올해 10대 영화로 꼽았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