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비욘드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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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SBS ‘원티드’, 지난해 JTBC ‘알고 있지만’, 지난달 18일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썸바디’, 그리고 최근작인 왓챠의 오리지널 시리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2016년 문을 연 드라마 제작사 비욘드제이의 작품 목록이다. 이 회사를 두고 요즘 방송가 안팎에서는 “범상치 않다”고 말한다.

‘원티드’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전면에 내세워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고, ‘알고 있지만’은 청춘의 솔직한 연애 방식을 그려 또래 시청자와 소통했다. ‘썸바디’로는 소셜 커넥팅 애플리케이션을 소재 삼아 온라인 소통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시작한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로는 일상의 음식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담아내 화제를 모았다. 한 마디로 동시대적 감성과 교감이라는 메시지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를 이끄는 정아름(43) 대표는 “최근 그런 평가를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스스로는 아주 평범한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해왔다”며 내심 흐뭇해했다.


●“한석규의 응원에 힘냈다”

정 대표가 내놓은 최근작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주로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를 선보여온 한석규와 김서형의 변신으로도 눈길을 끈다. 극중 한석규는 비록 별거 중이지만 암투병하는 아내 김서형을 위해 요리한다. 김서형은 출판사를 운영하며 고3 수험생의 엄마로서 평범한 일상을 연기한다.

“촬영을 마친 한석규 선배가 문자메시지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이후 이런 (차분한)연기를 다시 할 수 있게 돼 선물 같았다면서 고맙다고 하셨어요. 문자메시지를 보고 힘을 얻었죠. 안방극장의 흥행 공식과 결코 가깝지 않은 작품에 기꺼이 함께 도전해준 모든 배우에게도 고마울 따름이에요.”

사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최근 장르물을 내세워 자극적인 소재와 설정으로 승부를 내려는 적지 않은 드라마 기획·제작 분위기에서 떨어져 있다. 제작사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정 대표는 “드라마는 단순히 재미로만 소비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2004년 드라마 기획PD로 일을 시작해 2014년 비욘드제이의 전신인 재미난프로젝트를 설립하고 제작자로 나선 이후 똑같은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드라마는 시대상을 반영해야 하고, 시청자를 움직이게 만들어야 해요. 예를 들어 환경이 주제인 드라마를 본 시청자가 감명을 받고 다음 날 텀블러 하나를 구입했다면 그 드라마는 좋은 작품인 거죠. 소속 작가들에게 지금 우리 사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기획의도에 꼭 써달라고 부탁해요. 드라마를 쭉 놓고 보면 그 시대가 한눈에 보이는 작품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에요.”


●“비주류가 주류가 될 때까지!”

정 대표가 내년 내놓을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더해 스포츠 해설, ‘19금 사극’ 등 안방극장에서는 보기 드문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그는 “‘초히트’보다 의미를 따라가고 싶다”고 말한다.

“내가 재미있어 만든 드라마가 모두 ‘마이너하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내 취향이 독특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동시에 비주류로 불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고 있다는 것도 알았어요. 주류에 편승하기 위해 애쓰기보다 비주류도 세상에 당당히 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려면 더 열심히 해야죠.”

정 대표는 “올해는 tvN ‘살인자의 쇼핑목록’, ‘썸바디’,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내놓으며 채널을 확장한 해였다”며 “내년은 새로운 장르를 뚫는 한 해”가 될 것이라 자신했다.

“12명의 직원이 모두 모인 단체 메신저방에서 한 친구가 ‘올해는 우리가 존재감을 드러냈고, 내년엔 돋보이기 시작하는 해가 될 거예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는 걸 보고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앞으로도 아무도 안 해본 소재와 장르를 끊임없이 내놓겠습니다. 자신 있어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