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빈익빈’ FA 미계약 7인의 추운 겨울

한현희, 정찬헌, 이재학, 권희동(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KBO리그 2023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선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뚜렷하다. 양의지(두산 베어스·4+2년 최대 152억 원), 유강남(롯데 자이언츠·4년 80억 원), 박동원(LG 트윈스·4년 65억 원), 박세혁(NC 다이노스·4년 46억 원) 등 포수 4명의 계약 총액만 무려 343억 원에 달하고, 박민우(NC·5+3년 140억 원), 채은성(한화 이글스·6년 90억 원), 노진혁(롯데·4년 50억 원) 등 거액 계약자들이 속출했으나 여전히 둥지를 찾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미계약자로 남아있는 FA는 이재학, 권희동, 이명기(이상 전 NC), 한현희, 정찬헌(이상 전 키움 히어로즈), 강윤구(전 롯데), 신본기(전 KT 위즈) 등 7명이다. 대부분이 원 소속구단에선 주전급이었지만, FA 시장의 평가는 차갑기만 하다. 특히 선발과 구원으로 모두 활용가치가 높은 한현희가 미계약자로 남아있는 것은 다소 충격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현희는 7명 중 유일한 A등급 FA로 그를 영입하는 구단은 원 소속팀 키움에 보호선수 20인 외 1명을 보상해야 한다. 올해 A등급 FA의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로 팀을 옮긴 윤호솔(채은성·한화→LG), 박준영(박세혁·NC→두산), 김대유(박동원·LG→KIA), 김유영(유강남·롯데→LG)은 모두 팀에 필요한 자원들이었다. 냉정히 말해 한현희를 주전급 선수까지 내주고 영입할 만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다.

보호선수 25인 외 1명의 인적 보상이 발생하는 B등급 FA도 마찬가지다. 이재학, 권희동, 정찬헌이 여기에 속한다. 인적 보상이 불필요한 이명기, 신본기, 강윤구는 그나마 운신의 폭이 넓지만, 이들을 주요 전력으로 평가하는 팀은 나오지 않고 있다. 또 미계약 FA들의 원 소속구단들은 해를 넘기더라도 급하게 접근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실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단 단장은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는 내년에 다시 선수측과 대화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한 쪽은 선수들이다. 자칫 미아로 남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과거에는 매년 1월 15일까지 계약하지 못한 FA들은 한 시즌 동안 KBO 선수등록이 불가능했지만, 다행히 2013년부터 규정이 완화돼 시즌 개막 후 계약하더라도 뛰는 데는 문제가 없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