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균 감독. 사진제공 | CJ ENM

윤제균 감독. 사진제공 | CJ ENM


‘쌍천만 감독’ 윤제균(53)도 8년 만에 내놓는 신작 ‘영웅’(제작 JK필름) 개봉을 앞두고는 초조함과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생각보다도 더 떨리고 긴장이 된다”며 마른 침을 연신 삼켰다.

그는 안중근 의사가 1909년 10월 중국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 암살하고 일본 법정에서 사형 판결을 받아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1년을 뮤지컬영화에 담았다. 한국영화계에서 아직까지도 ‘비주류’로 꼽히는 장르를 연출하며 “지금까지 만든 영화 중 가장 힘들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힘들다는 이유로 결코 쉽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70% 이상의 노래를 후시 녹음이 아닌 현장 라이브로 담아낸 이유다.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윤 감독은 “후시 녹음이 더 정제된 노래를 담을 수 있을지 몰라도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까지 담을 수는 없다”며 “나의 좌우명이 ‘모두가 100%를 기대할 때 200%를 보여주는 사람이 되자’다.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다. 관객들에게 100%가 아닌 200%를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힘줘 말했다.


●“정성화·김고은 캐스팅, 다른 대안은 없었다”

윤 감독은 안중근 의사 역으로 2009년 초연부터 14년 동안 원작 뮤지컬을 이끌어온 정성화가 아닌 다른 배우는 단 한 명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더욱 강력한 티켓 파워를 가진 톱 영화배우를 원하며 “정성화의 캐스팅을 반대하는 투자사까지 설득”해서 정성화를 캐스팅한 그다.

“이 영화를 만들 때 목표는 딱 두 가지였어요. 첫째, 원작 뮤지컬의 팬들까지 만족시키자. 둘째, 세계무대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뮤지컬영화를 만들자. 이 두 가지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해는 정성화가 꼭 필요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정성화보다 더 안중근 의사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없다고 생각해요. 성화가 캐스팅을 거절하면 집에 찾아가 무릎 까지 꿇으려 했었죠.”

김고은에게는 독립군 정보원이 된 조선의 마지막 궁녀 설희 역을 맡겼다. 윤 감독은 김고은에 대해 “엔터테인먼트 업계 있으면서 배우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가수들을 봤다. 하지만 김고은 보다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확신의 찬 목소리로 말했다.

“설희 캐스팅을 위해 업계에 계신 수많은 분들에게 ‘우리나라 여배우 중 누가 가장 노래를 잘하냐. 단 연기도 잘해야 한다’고 물었어요.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이 늘 ‘김고은’이었어요. 고은 씨와 처음 노래방을 가서 노래 부른 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아요. 저렇게 노래 잘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었죠.”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 위로가 되길”

윤 감독 보다 먼저 인터뷰를 진행한 정성화는 사형대에 오르며 ‘장부가’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 촬영이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노래의 처음부터 끝까지 원테이크로 부르고 촬영해야 하는 해당 장면을 무려 열 세 번이나 촬영했다고 했다. 윤 감독 역시 해당 장면을 가장 힘들었던 장면으로 꼽으며 “사실 촬영 할 때마다 열 몇 번씩, 며칠을 촬영했으니 도합 서른 번도 넘게 촬영한 것”이라고 돌이켰다.

“첫 촬영에서 열 번이 넘게 테이크를 갔어요. 크랭크업하고 후반 작업을 하는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죠. 그래서 (정)성화를 다시 불렀어요. 그런데 영화 촬영을 위해 살을 뺐던 성화가 크랭크업 후에 당연히 살이 더 붙은 상태였어요. 그래서 성화가 일주일 만에 또 살을 뺐고, 그렇게 재촬영을 했어요. 그런데 또 후반 믹싱작업에서 딱 1%가 아쉬운 거예요. 그래서 성화는 또 단기간에 살을 빼서 와야 했죠. 세 번째 재촬영한 테이크 중에 최종본이 나왔어요.”

마지막으로 윤 감독은 코로나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기를 버티고 있는 국민들이 이 시대의 ‘영웅’이라고 했다. 이들에게 “안중근 의사라는 또 다른 ‘영웅’의 이야기가 위로가 되길 바란다”는 그의 목소리에는 그의 진심이 묻어났다.

“우리 모두가 이 시기를 힘들게 견디면서도 최선을 다해 살고 있어요. 그 시대의 안중근 의사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그런(독립운동) 선택을 했던 것도 처해진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해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 영화가 조금이나마 위로와 위안이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