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초강세 깬 아르헨티나, ‘포스트 메시’ 시대가 궁금하다

리오넬 메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의 화끈한 춤사위와 함께한 아르헨티나가 36년 만에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아르헨티나는 19일(한국시간)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카타르월드컵 결승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를 승부차기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정규 90분을 2-2로 마친 뒤 연장에서도 1골씩 주고받았으나, ‘11m 러시안 룰렛’에서 4-2로 이겼다.

이날 멀티골을 터트린 메시의 활약을 앞세워 1978년 자국대회와 1986년 멕시코대회에 이은 통산 3번째 월드컵을 품은 아르헨티나는 유럽의 콧대까지 꺾어 기쁨이 배가됐다.

유럽-남미 외의 대륙에는 우승을 용납하지 않았던 월드컵에선 카타르대회 이전까지 유럽이 12회, 남미가 9회 우승했다. 브라질이 통산 5번째 정상을 밟은 2002한·일월드컵까지는 남미가 근소하게 앞섰다. 그러나 이후 상황이 돌변했다. 이탈리아(2006년 독일)~스페인(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독일(2014년 브라질)~프랑스(2018년 러시아)가 차례로 우승해 뒤집혔다. 아르헨티나가 유럽으로 기울던 ‘힘의 균형’을 되돌린 것이다.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44)이 지휘한 아르헨티나의 팔색조 전략이 돋보였다.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7경기에서 사용한 포메이션만 3가지다. 4-4-2로 2경기(조별리그 사우디아라비아전, 크로아티아와 4강전)를 치렀고, 우승의 최대 고비였던 네덜란드와 8강전에선 3-1-4-2를 가동했다. 결승전을 비롯한 나머지 경기는 고유의 4-3-3으로 나섰다.

일단 이 대회 7골·3도움으로 골든볼(최우수선수)을 수상한 메시는 당장 대표팀을 떠나지 않는다. 4년 뒤 북중미 3개국(캐나다·미국·멕시코) 월드컵 출전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챔피언으로 더 A매치를 뛰고 싶다”며 대표팀 은퇴 선언을 미뤘다.

그러나 메시의 거취와 별개로 아르헨티나는 새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미 황혼기로 접어든 메시는 언제 물러나도 이상하지 않다. 또 아르헨티나에는 베테랑들이 많다. 월드컵 최종엔트리(26명)의 평균연령이 27.8세다. 결승전 선발라인업만 보면 28.4세로 더 치솟는다. 팀 평균연령 26.6세, 결승전 27.9세의 프랑스보다 꽤 높다.

프랑스전 선발라인업 절반에 해당하는 5명이 30대 초·중반이다. 공격수 메시와 앙헹 디 마리아(유벤투스)가 각각 35세, 34세이고 중앙 수비수 니콜라스 오타멘디(벤피카)와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애스턴빌라)는 각각 34, 30세다. 왼쪽 풀백인 니콜라스 타글리아피코(올랭피크 리옹) 역시 30세다.

반면 원활한 세대교체의 핵심으로 뛸 중간세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28세의 로드리고 데폴(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정도다. 메시의 배턴을 물려받을 싱싱한 에너지를 찾는 작업이 아주 중요해진 아르헨티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