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김서형 “세상 떠난 아버지 마음…14년만에 헤아리네요” [인터뷰]

입력 2023-01-18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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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서형이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에서 암 환자를 연기하며 “폐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떠올랐다”고 돌이켰다. 사진제공|키이스트

왓챠 오리지널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김서형

삶 정리해 나가는 시한부 캐릭터
폐암 말기였던 아버지 모습 닮아
돌봄 받으며 되새기는 가족 사랑
따뜻한 힐링드라마 반가웠어요
배우 김서형(50)은 최근 공개된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촬영한 지난해 봄, 아버지를 종종 떠올렸다. 극중 대장암 말기 선고를 받은 캐릭터의 상황이 2009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닮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엄청난 효녀는 아니었는데 천천히 삶을 정리하는 다정 역을 연기하면서 아버지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새삼 궁금해졌다”고 담담히 말했지만, 표정은 자못 복잡했다.

드라마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김서형이 별거하던 남편 한석규의 돌봄을 받는 과정을 통해 가족과 삶의 의미를 되짚는다. 17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드라마를 보니 새삼 가족이 생각났다”며 “곧 돌아오는 설에는 강릉에 있는 집에 좀 다녀올까 싶다”고 웃었다.


●“아버지의 모습이 출발점”

극중 김서형은 시한부 환자임에도 막바지까지 씩씩하다. 암 선고를 받고 향한 곳도 바로 자신이 운영하는 출판사일 정도로 일을 사랑한다. 그는 “항암 후유증으로 머리카락이 다 빠져 괴로워하는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버지만 해도 머리카락이 그대로 다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러니 더욱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려진, 정형화된 이미지로 다정을 표현하고 싶지 않았어요. 다정도 죽음 앞에서 무릎 꿇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겠죠. 그런 면이 마음에 들었어요. 만약 제게 다정이와 같은 순간이 온다면 저 또한 그랬을 거 같고요.”

이처럼 그에게 이번 드라마의 출발점은 바로 아버지이다. 김서형은 14년 만에 새삼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게 됐다.

“사실 당시에는 아버지와 대화할 시간이 더 남았을 거라고 착각했어요. 그렇게 갑자기 악화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죠. 아버지의 이름으로 어떤 삶을 살았고, 뭐가 소중했고, 어떤 기억이 남았는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하지 못해서 정말 아쉬운 마음이죠.”


●“엄마의 카스테라, 내 인생 음식”

남편과 아들로 각각 등장한 한석규, 진호은과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가족을 표현해갔다. 그는 “그래도 스무 살이 된 아들이 있다는 설정은 좀 믿기지 않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한석규 선배와는 요즘 자극적인 드라마가 많은데 ‘이런 드라마가 나올 수 있어?’라며 반가워했어요. 이호재 감독님께 ‘서로에게 다시 마음을 열어가는 부부니까 뽀뽀 장면 정도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며 의견도 많이 냈죠. 끝내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말이에요. 하하! 엄마 역을 했지만, 아직도 결혼 생각은 나지 않아요. 암만 생각해도 결혼은 가장 어려운 숙제 같아요. 아이를 낳은 후 활동하는 후배들을 보면 저보다 훨씬 어른 같아요.”

드라마에서 그는 한석규의 음식들을 먹으면서 인생의 추억을 길어 올린다. 한석규가 정성들여 만든 돔베국수를 맛본 후 어린 아들과 제주 곽지 해수욕장으로 떠났던 여행을 떠올리는 식이다. 그렇다면 김서형이 꼽는 ‘인생음식’은 무엇일까.

바로 “엄마표 카스테라와 오징어구이”이다.

“요리를 잘 하셨어요. 집에서 만들어주신 카스테라는 절대 잊을 수 없는 맛이에요. 20대 초 무렵 본가인 강릉에서 서울에 오갈 때 엄마가 쥐여주던 오징어구이도 있죠. 그걸 질겅질겅 씹으면서 버스에서 멀미를 참았던 기억이 나요. 오징어구이는 대관령을 굽이굽이 돌아갈 딸내미가 부디 멀미하지 않았으면 싶은 엄마의 마음인 거죠.”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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