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안산병원 “글씨 사물 구부러져 보이면 황반변성 의심”

진행되면 회복 어려워, 조기 발견 및 치료 필요

사람의 눈 속에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망막이라는 신경 조직이 있다. 여기에는 빛에 반응하는 시세포들이 모여 있고, 이러한 시세포들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을 감지하여 시각 정보를 우리의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중 황반이라는 부위는 망막 중에서도 가장 중심부에 위치하고, 시세포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어 선명하고 정확한 시력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황반변성은 이러한 황반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원래의 모양에서 구조가 바뀌고, 기능의 이상을 일으키는 질환들이다. 황반변성의 종류는 변성을 일으키는 원인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최근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이 우리나라에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노화와 관련된 대표적인 망막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실명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 중 3번째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서양에서는 65세 이상의 노인에서 실명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대학교안산병원 안과 윤철민 교수는 “황반변성이 발생하면 종류에 따라 시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어 신속히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50세 이상의 연령대에서 글씨나 사물이 구부러져 보이거나 중심 시야의 일부가 보이지 않는 암점이 생기면 즉시 안과 진료를 보는 것이 좋고, 초기 황반변성은 이러한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50세 이상에서는 조기 진단을 위해 정기 안과 검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크게 두 가지, 건성과 습성으로 구분한다. 건성 황반변성은 처음에 눈 속에 드루젠이라는 물질이 침착되면서 시작된다. 이러한 드루젠의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는 않으나, 노화와 함께 여러 생활습관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쉽게 생각하면 노폐물과 유사한데 이러한 것들이 눈 속의 망막 밑에 쌓이기 시작하면 혈액 순환에 문제가 생기고, 시력을 담당하는 세포들이 적절한 영양분과 산소 등을 공급받기가 어려워져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더 진행되면 시력을 담당하는 세포들이 나무가 말라가듯이 다 말라죽어버리는 ‘지도모양위축’이라는 상태로 진행하게 되고, 이러한 경우 시력이 서서히 저하되다가 최종적으로는 시력을 잃게 된다.

건성 황반변성에서 일부는 습성 황반변성으로 바뀌는데 습성 황반변성은 말라비틀어지는 건성과 달리, 비정상적인 혈관이 망막 세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출혈이나 진물을 망막 안쪽이나 밑에 고이게 하는 상태를 얘기한다. 이러한 출혈이나 진물들은 정상적인 망막의 기능을 방해하여 시력을 저하시키고, 치료를 하지 않으면 역시 급격히 실명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건성 황반변성의 경우,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방법은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 대규모 연구를 통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비타민과 항산화제 조합을 확인하였고, 현재는 이러한 결과에 따라 건성 나이관련 황반변성은 비타민과 항산화제를 포함한 아레즈 포뮬라(AREDS formula)의 복용이 권장되고 있다. 초기부터 관리를 잘 하면 건성 황반변성의 경우 말기로 진행하는 확률을 낮출 수 있지만,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병을 키운 경우에는 진행이 빠를 수 있어 조기 검진이 필요하다.

현재 습성 황반변성의 치료는 눈 속에 약물을 주입하는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레이저 치료를 주로 했던 과거에는 눈 속 망막 조직의 손상을 동반하게 되어, 결국 시력 저하를 막을 수 없었지만, 최근에는 눈 속에 약을 주사하는 치료를 통해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적으로 시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윤철민교수는 “눈 속 주사를 처음 설명하면 무서워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안약으로 마취하고, 대개 시술이 오래 걸리지 않아 연세가 많은 분들도 잘 받는 편”이라며 “황반변성이 너무 진행하여 시각 세포들이 망가진 경우에는 다시 살릴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시력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