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맞은 ‘완주의 봄’…힐링 천국 [김재범 기자의 투얼로지]

입력 2023-04-14 11: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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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저수지 주위를 따라 조성한 8km의 둘레길. 봄비를 맞으며 촉촉해진 꽃잎과 뽀얀 물안개, 선명한 초록 색감의 신록이 어우러져 아련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완주|김재범 oldfield@donga.com

비를 만나 더 아름다운 여행지

비 내린 ‘구이저수지’ 그림 같은 풍경 몽환적
‘BTS 성지’ 위봉산성 서문·오성한옥마을 인기
옛 양곡창고 ‘삼례문화예술촌’ 즐길거리 가득
국내 유일의 ‘그림책 미술관’도 문화예술 명소
전북 완주는 ‘물의 고장’이다. 곡창지대인 만경평야를 품에 안고 있어 크고 작은 저수지가 곳곳에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완주 저수지’라고 검색하면 대아, 경천, 구이, 동상 등 190여 개에 이르는 저수지들이 지도 가득 나온다. 덕분에 저수지들이 만들어 내는 풍광이 독보적이다. 부드럽게 저수지를 감싸 돌아가는 드라이브 코스와 봄꽃이 예쁜 뚝방길이 있고 병풍처럼 물을 둘러싼 산과의 어우러짐도 좋다. 그래서 이번 봄나들이 여정은 완주로 향했다.


●몽환적인 봄날의 저수지 둘레길


완주를 찾은 날 가뭄을 조금 달래주는 단비가 내렸다. 이처럼 봄비가 내리는 날 구이저수지에 가면 몽환적인 색다른 정취를 만날 수 있다. 모악산과 경각산 사이에 있는 구이저수지는 주변에 약 8.8km에 이르는 둘레길을 갖고 있다. 수변데크길과 수변길, 숲길이 번갈아 나오고 경사길과 평지길이 섞여 아기자기한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이번 방문처럼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에는 뽀얀 물안개와 물기어린 꽃, 그리고 선명한 색감의 신록들이 만나 인상파 그림같은 전경이 만들어진다.

구이저수지 옆에는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이 있다. 5만 여점에 이르는 유물을 활용해 전통주의 역사부터 제조방법, 그리고 술을 매개로 바라본 근현대 문화사에 이르기까지 풍성한 이야기를 지닌 전시가 눈길을 끄는 곳이다. 특히 우리 술광고 역사를 소개한 공간은 중장년층 방문객에게 옛 기억을 새록새록 돋게 하는 곰살궂은 센스가 매력이다.


●주변 산과 조화 이루는 고찰

위봉사는 위봉산 마루 위봉산성 안에 있다. 규모가 큰 도량은 아니지만 그래도 절마당이 널찍하면서 아늑하다. 건축물의 만듦새가 화려하진 않지만 단아하다. 건물들과의 조화는 물론이고 병풍처럼 둘러선 산자락들과도 참 잘 어울린다. 보광명전 앞에는 절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는 노송 한 그루가 자리해 운치를 더하고 있다.

위봉산까지 왔다면, 그리고 이번처럼 비가 와 계곡 수량이 풍부하다면 위봉폭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위봉산성 동문 쪽에 있는 위봉폭포는 높이 60m의 2단 폭포다. 완산8경으로 꼽히는 절경이다. 도로에서 폭포 아래까지는 나무계단 산책로로 연결돼 있어 장쾌한 물줄기가 쏟아지는 폭포 앞까지 다가갈 수 있다.

위봉산성은 1675년(숙종 1년)에 7년에 거쳐 쌓은 산성이다. 지금은 일부 성벽과 전주로 통하는 높이 3m, 폭 3m의 서문만 남아 있다. 완주는 BTS가 지역 여러 명소에서 화보를 찍어 ‘아미’들의 ‘성지순례’ 고장으로 유명한데, 위봉산성 서문 역시 화보에 등장해 유명해졌다. 성문 앞에 ‘BTS 성지’를 나타내는 표지가 있다.

오성한옥마을은 종남산, 서방산, 위봉산 등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다. 2012년 한옥 관광지원화지구로 지정된 뒤 전체 50가구 중 23채가 한옥과 고택으로 이루어졌다. 각종 드라마나 영화, 광고 촬영으로 알려졌고, 이제는 BTS의 뮤직비디오 촬영 덕분에 해외에서도 방문객이 찾는다.

아원고택은 그중 가장 이름이 많이 알려진 곳이다. 현대적인 분위기의 갤러리와 한옥스테이가 가능한 고택으로 이루어졌다. 한옥스테이를 하는 안채와 사랑채는 각각 진주의 250년 고택, 정읍의 150년 고택을 이축했다고 한다.

완주는 BTS가 지역 여러 명소에서 화보를 찍어 팬들의 ‘성지순례’ 고장으로 유명한데, 그중 한 곳인 고산창포마을의 다리. 화보집에 나온 모습으로 다리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완주|김재범 oldfield@donga.com



●수탈의 역사 상징을 문화공간으로

삼례읍에는 일제강점기 수탈의 현장이던 양곡창고를 문화공간으로 개조한 개성 있는 곳들이 여럿 있다. 그중 삼례문화예술촌은 모모미술관, 디지털아트관, 소극장 시어터애니, 김상림목공소 등으로 이루어진 복합문화공간이다. 각종 체험 프로그램부터 전시, 공연 등이 열린다.

예술촌에서 찻길 건너에는 삼례책마을이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까지 지은 양곡창고 3동을 고서점과 헌책방, 북카페로 이루어진 북하우스, 한국학아카이브, 전시와 강연이 가능한 북갤러리 등으로 개조했다. 인근 그림책미술관은 세계문화사적 가치가 높은 그림책과 그림책의 원화를 수집, 연구, 전시하는 국내 유일의 그림책 특화 미술관이다. 아담하지만 계단을 활용한 전시공간이 예뻐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다.

이곳 외에 야외 돌담과 그 위에서 춤을 추는 크고 작은 조각들이 인상적인 유휴열미술관, 2004년 개관한 전북도립미술관도 완주여행길에 방문하면 좋은 문화 예술 명소다.

완주|김재범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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