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초래하는 어두운 그림자, 장상피화생 [건강 올레길]

입력 2023-08-28 14: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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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찬 원장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위암 발병률이 매우 높은 국가라고 알려져 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새롭게 진단된 암 24만7952건 중 위암이 2만6662건(10.8%)으로 집계돼 전체 암종 가운데 발병률 4위에 올랐다.

한국인의 위암 발병은 맵고 짜게 먹는 식습관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위암 발병 위험 인자는 그리 단순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식이 뿐 아니라 흡연, 음주, 유전 인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장상피화생 등이 위암 발병율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위암 발병 위험 인자가 다양하고 복잡한 만큼 예방 및 조기 발견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위암은 조기에 발견할 경우 종양 제거 수술만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전이가 발생해 생존율이 급격히 저하된다. 따라서 국가는 4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2년에 1회 위내시경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가장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이다. 이 두 병변은 위암 발병의 전 단계로 알려져 있다. 위축성 위염이란 위 점막이 어떤 이유로 매우 얇아진 상태를 말한다. 대부분 만성적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으로 위 점막 세포가 위축되면서 발생한다. 이외에 환경 및 식이, 자가면역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위축성 위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고 고스란히 방치하면 장상피화생으로 넘어간다. 장상피화생은 위 내부 염증 반응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위 점막의 정상적인 세포 구조가 파괴되어 나타난다. 위 점막이 소장, 대장의 점막과 유사한 세포들로 전환되는 것이 특징이다. 염증이 더 진행되면 분비샘 구조 파괴가 가속화돼 점막 위축 및 화생성 변화가 뚜렷해진다.

만약 장상피화생이 지속되면 장형 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실제로 장상피화생은 위축성 위염과 함께 위암의 전구 병변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장상피화생이 나타나도 특별한 증상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상피화생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위내시경 검사를 시행해 우연히 위암이 발견되는 환자가 많다.

따라서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장상피화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상피화생은 위내시경 검사에 의해 육안으로 관찰한 다음 조직 검사를 하여 최종 진단할 수 있다.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 감염 여부도 파악할 수 있으므로 제균 치료 역시 함께 시행해야 한다.

영남속연합내과 이호찬 원장은 “위축성 위염이 장상피화생으로 발전하기 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 제균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며 “장상피화생 진단을 받은 경우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추적 관찰을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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