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공을 든 윤영석. 레인을 보고 있는 날카로운 눈매가 ‘무슈 앙드레’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사진제공 | 윤영석
‘오페라의 유령’ 세 시즌 모두 출연한 유일한 배우
이번 시즌에서는 ‘유령가면’ 벗고 무슈 앙드레 열연
10여 년 전 시작한 볼링, 지금은 열혈 볼링 마니아
매일 3시간씩 볼링 치고 공연장으로…“땀이 뻘뻘 나죠”
“처음에는 아대 볼링, 그러니까 스트로커로 시작을 했는데요. 아대를 빼고 세 손가락을 다 넣고 털어서 스치는 걸 크랭커라고 하거든요. 전 3년 정도 전부터 엄지를 빼고 하는 볼링을 하고 있어요. 투핑거 볼링이라고 하는데, 여기엔 두 가지가 있어요. 투핸즈가 있고 그냥 덤리스가 있고요. 근데 저는 덤리스 볼링을 하거든요. 그립 자체에서 툭 던지면 중약지에 걸려서 회전이 되는데, 회전량이 그냥 할 때보다는 굉장히 많아지고요. 회전량이 많으니까 컨트롤하기가 힘든데 이 컨트롤과 항상성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번 시즌에서는 ‘유령가면’ 벗고 무슈 앙드레 열연
10여 년 전 시작한 볼링, 지금은 열혈 볼링 마니아
매일 3시간씩 볼링 치고 공연장으로…“땀이 뻘뻘 나죠”
“잠깐만요! 죄송한데요. 도저히 제가 알아들을 수가.”
“아이고 죄송합니다. 이쪽에 좀 외계어들이 많아가지고(웃음).”
볼링 이야기가 나오자 그야말로 폭포수처럼 전문용어가 쏟아져 나왔다. 공연 얘기를 할 때보다 다섯 배는 더 활력이 솟아보였고, 말은 빠르고 많아졌다.
뮤지컬배우 윤영석은 요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무슈 앙드레 역을 맡고 있다. 고약한 유령이 지하미궁에 칩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파리오페라하우스를 덜컥 인수했다가 곤욕을 치르게 되는 남자다.
2009년 ‘오페라의 유령’의 한 장면. 윤영석이 ‘유령’, 김소현이 ‘크리스틴’이다. 사진제공|설앤컴퍼니
윤영석은 ‘원조 유령’, ‘1대 유령’으로 불린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한국배우들이 출연하는 정식 라이선스 공연이 2001년에 초연됐다. 성악을 전공한 윤영석은 서울시립합창단원으로 있다가 주인공 ‘유령’에 덜컥 캐스팅됐다. 역시 이 작품으로 데뷔해 일약 신데렐라가 된 김소현이 ‘크리스틴’. 8년 뒤에 막을 연 두 번째 시즌에서도 윤영석은 ‘유령’이었다. 그리고 올해 무려 13년 만에 돌아온 세 번째 시즌에서는 유령 가면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앙드레 역으로 출연 중이다. 세 번의 시즌에 모두 출연한 배우는 윤영석이 유일하다. 그가 얼마나 이 작품을 각별히 여기고, 사랑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윤영석이 볼링을 친 것은 10년이 넘는다. 축구, 농구, 배드민턴, 탁구, 야구 등 노래만큼이나 운동을 좋아하는 마니아다. 가만히 보면 모두 ‘공’을 갖고 하는 종목이다. “골프 빼고는 다 좋아한다”고 했다.
“제가 사는 파주에는 볼링장이 없었어요. 일산에 만 원을 내면 7게임 정도를 칠 수 있는 볼링장이 있다고 해서 찾아간 게 시작이죠.”
‘오페라의 유령’ 무슈 앙드레로 분한 윤영석. 사진제공 | 에스앤코
요즘은 일산 덕이동에 있는 볼링장에 둥지를 틀었다. 오전 9시에 문을 여는 이 볼링장은 역시 만 원 정도를 내면 3시간 동안 무제한 칠 수 있단다. 예술고등학교를 다니는 아들을 학교에 내려주고 곧바로 볼링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볼링이 운동이 좀 됩니까.”
“그럼요. 레크리에이션 정도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볼링은 구기종목 중에서 가장 무거운 공을 던져야 하잖아요. 그걸 밸런스를 잡아서 던져야 하기 때문에 코어 힘이 좋아야 해요. 무거운 공을 던지면서 한 발로 버텨야 하니까. 이제 전신운동입니다. 3시간 치고 나면 땀이 뻘뻘 나요.”
오전에 볼링장에서 3시간 볼링을 한바탕 치고 나면 집으로 돌아가 샤워로 땀을 씻고 조금 쉬었다가 공연장으로 ‘두 번째 출근’을 한다. “오늘 아침에도 11게임을 치고 왔다”며 웃었다.
‘오페라의 유령’에서의 윤영석 ‘무슈 앙드레’(오른쪽). 사진제공 | 에스앤코
윤영석은 “볼링은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하는 운동”이라고 했다. 까다롭기가 골프를 능가한단다. 볼의 회전과 힘 조절, 방향은 물론 레인의 기름상태까지 고려해야 한다. 실내경기지만 의외로 날씨의 영향도 받는다. 건조한 날과 비 오는 날은 레인상태가 확 달라진다.
“그러니까 이게 볼링장 패턴이 뾰족한 구조로 되어 있거든요. 가운데가 기름이 더 많고 기름을 치다보면 기름이 계속 밀리고요. 기름 회전이 있는데 기름 있는 데서는 회전이 안 먹고 쭉 미끄러지다가 기름이 없는 드라이존에서는 회전이 살아서….”
“아이고! 이제 됐습니다. 인터뷰 끝!”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