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기운 받고 갑진년 맞아볼까 [김재범 기자의 투얼로지]

고흥 미르마루길 용바위에는 용 승천 전설을 상징하는 용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 고흥우주발사전망대 사이에 4km 길이의 해안탐방로 ‘미르마루길’이 걷는 재미가 남다르다. 삼척 수로부인헌화공원 정상에 있는 용을 탄 수로부인 조형물. 용을 탄 수로부인 조형물과 막대기를 두드리며 ‘해가’를 부르는 백성의 모습을 담은 조각상이 있다. 예천 회룡포. 물이 마을을 350도 휘감아 도는 모습이 용을 연상시켜 이름이 붙었다(왼쪽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재충전하기 좋은 일출 여행지

2024년 갑진년(甲辰年)은 청룡의 해다. 신년 초에는 다들 탁 트인 전망이나 힘찬 일출을 바라보며 마음을 재충전하는 여행들을 좋아한다. 전국 곳곳에는 용의 전설을 담고 있거나, 지명에 용이 들어간 명소들이 많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1월 추천 가볼 만한 곳의 테마가 ‘용(龍)기 뿜뿜! 새해 여행’이다. 해변 따라 걷는 고즈넉한 탐방로부터 아기자기한 기암괴석의 명산, 용이 휘감은 듯한 신비로운 물길 마을까지 다양하다.


●용이 승천한 그곳, 고흥 미르마루길
(전남 고흥군 영남면 용바위길)

전남 고흥군 용암마을에 영남용바위가 있다. 고흥10경 가운데 6경으로 ‘남열 해양경관과 해수욕장’에 있는 이곳은 용이 관련된 전설이 서려 있다. 고흥군은 영남용바위와 고흥우주발사전망대 사이에 해안탐방로 ‘미르마루길’을 조성했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옛말이다. 길이 4km 정도로 주변의 기암절벽과 몽돌해변, 탁 트인 바다를 두루 감상하며 거닐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설과 관련된 용굴, 사자바위 등도 있다. 미르마루길 끝에 고흥우주발사전망대가 있다.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하는 로켓의 궤적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새해 첫 등산여행 딱, 홍성 용봉산
(충남 홍성군 홍북읍 용봉산2길<용봉산자연휴양림>)

충남 홍성에 ‘제2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용봉산(381m)이 있다. 산 모양이 거침없이 나아가는 용과 상서로운 봉황의 머리를 닮아 붙었다. 용봉사와 악귀봉, 노적봉, 정상 등을 돌아 내려오기까지 2시간∼2시간 30분이 걸린다. 용봉산 기슭에 용봉사가 있다. 여러 문화재 가운데 영산회괘불탱(보물)이 유명하다. 지장전 뒤로 난 길을 걸어 올라가면 약 4m 높이로 조각한 홍성 신경리 마애여래입상(보물)이 있다. 악귀봉(368m) 가는 길에는 삽살개바위, 두꺼비바위, 물개바위 등이 있다. 용봉산 정상을 알리는 표석 주변에 서면 저 멀리 병풍바위와 악귀봉, 노적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용이 휘감은 마을, 예천 회룡포
(경북 예천군 용궁면 회룡포길)

경북 예천군 용궁면은 지명에 ‘용’이 들어간 고장 가운데 하나다. 이곳 회룡포는 내성천이 산에 가로막혀 마을을 350도 휘감고 나가는 형상이 마치 용틀임하는 듯해 회룡(回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회룡포가 조망하는 전망대는 비룡산에 있는 회룡대다. 이곳으로 가는 길에 용왕각과 용바위도 있다. 회룡포마을에 들어가려면 제1뿅뿅다리를 건너야 한다. 공사장에서 쓰는 철판으로 다리를 만들어, 구멍이 숭숭 뚫렸다. 이곳서 드라마 ‘가을동화’와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 등을 촬영했다. 2023년 10월 문을 연 용궁역테마공원은 ‘별주부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오토마타(Automata, 기계장치를 통해 움직이는 인형이나 조형물)가 인기다.


●대표적 일출 맛집, 부산 해동용궁사
(부산 기장군 기장읍 용궁길)

바다와 맞닿은 해동용궁사는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시는 관음성지다. 새해 첫날은 물론 사시사철 일출 관람객이 끊이지 않는다. 지장보살이 자리한 제룡단 방생 터가 해돋이 명소다. 용의 머리 형상을 한 용두암을 시작점으로 사찰 곳곳에 전각과 조각상 등을 이으면 꿈틀거리는 용의 모습이 그려진다. 해동용궁사 옆 국립수산과학원 수산과학관 쪽으로 향하면 소원을 빌며 쌓은 돌탑이 옹기종기 모인 파식대지가 있다. 사찰 전경이 한눈에 담기는 포토 스폿이다. 인접한 송정해수욕장은 서핑에 적당한 파도와 긴 해변이 매력적이다.


●삼척 수로부인헌화공원과 해가사의터
(강원 삼척시 원덕읍 임원항구로<수로부인헌화공원>/삼척시 수로부인길<해가사의터>)

‘삼국유사’ 수로부인 설화를 바탕으로 조성했다. 수로부인헌화공원은 임원항 인근 남화산 정상에 있다. 지상과 산을 연결하는 51m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오르기 편하다. 정상에는 용을 탄 수로부인 조형물과 막대기를 두드리며 ‘해가’를 부르는 백성의 모습을 담은 조각상이 있다. 거대한 용과 수로부인, 바다까지 한눈에 담으며 상서로운 기운을 느껴볼 수 있다.

해가사의터는 삼척 최북단 증산해변 입구에 있다. 설화를 토대로 복원한 임해정, ‘해가’와 ‘헌화가’ 내용을 담은 조형물 ‘드래곤볼’이 있다. 이외에도 삼척에는 특별한 해안 여행지가 여럿이다. 촛대바위와 거북바위 같은 절경이 매력인 초곡용굴촛대바위길, 2021년 일반에 개방한 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 등이 대표적이다.

김재범 스포츠동아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