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왼쪽), 이강인. 스포츠동아DB
축구국가대표팀의 2023카타르아시안컵 조별리그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조별리그(E조) 1차전에서 바레인을 3-1로 꺾고 가볍게 첫 승을 신고했지만, 2차전과 3차전에선 졸전을 거듭하며 요르단과 말레이시아에 각각 2-2, 3-3 무승부를 허용했다.
대회 개막 이전에는 사상 최고 전력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번이 아시안컵 우승의 적기”라는 기대감을 낳았지만, 막상 본 무대에선 기대이하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공격은 매끄럽지 못했고, 조별리그 3경기에서 6골을 내줄 정도로 수비는 불안했다. 16강 토너먼트에 올랐지만, 조별리그를 2위(1승2무·승점 5)로 통과하며 실망감만 키웠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의 지도력이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잦은 외유와 근무태도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아시안컵에서 우승하겠다. 결과를 내지 못하면 그 때 비판해도 늦지 않다”며 자기변호에만 급급했던 클린스만 감독이다. 막상 아시안컵에서도 색깔 없는 전술과 불안한 경기력이 지속되자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대표팀에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클린스만호’의 주축 공격수 황희찬이 부상을 털고 복귀했다. 3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알라얀 에듀케이션시티스타디움에서 열릴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에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조별리그 1, 2차전은 건너뛰었지만, 말레이시아와 3차전에는 교체 투입돼 건재를 알렸다.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10골을 터트리며 절정의 골 감각을 뽐낸 황희찬은 사우디를 상대할 한국의 가장 강력한 카드 중 하나다.
돌아온 황희찬과 함께 대표팀이 기댈 수 있는 또 하나의 무기는 이강인이다. 바레인전에서 멀티골을 뽑으며 승리에 앞장선 그는 말레이시아전에선 절묘한 프리킥 골을 성공시키며 해결사의 면모를 과시했다. 조별리그에서 3골을 낚아 득점 랭킹 공동 2위에 오른 가운데 결승까지 승승장구한다면 득점왕까지 노려볼 만한 흐름이다. 사우디전에서도 집중견제를 받을 공산이 크지만, 제 실력만 발휘한다면 아시아에서 그를 막아낼 적수는 많지 않다. 황희찬과 이강인이 ‘클린스만호’의 막혔던 혈을 뚫어줄지 관심이 쏠린다.
백현기 스포츠동아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