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할 말 할래요 - '전'효진 기자가 아낌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코너
메타코미디 소속 피식대학(정재형, 김민수, 이용주)이 수위 조절에 제대로 실패했다. 특정 지역 및 주민을 비하했고 이에 고개를 숙였다. 문제가 된 영상에는 소상공인 조롱은 물론 '할머니 살 뜯는 맛' 등 불편한 발언이 담겼다. 생방송 돌발 상황이 아닌, 다듬어진 영상이라 더욱 충격이다. 평소 어떤 생각으로 살아야 저런 단어를 자연스럽게 내뱉고, '개그 코드'라는 핑계로 편집하지 않는 것일까. 지금도 유튜브 채널 영상 목록을 보면 조롱이 만연한 콘텐츠뿐인데, 피식대학은 사과문을 통해 '코미디언의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겠다'고 한다. 비하하지 않으면 웃기지 못하는 피식대학 코미디언들, 제 버릇을 남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피식대학의 사과문이 우습다. 문제가 된 영상은 지난 11일 공개된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였다. 코미디언 김민수, 이용주, 정재형은 경북 영양을 방문했다. 하지만 영상 속 세 사람은 식당 주인 앞에서 "특색 없다"고 음식을 노골적으로 평가하는가 하면 "중국 같다" "(영양) 인간적으로 너무 재미없다", "(지역 특산물인) 블루베리 젤리는 할머니 살을 뜯는 맛이다", "밑에 내려오니까 강이 똥물이다" "내가 공무원인데 여기 발령받으면, 여기까지만 하겠다” 등 지역을 깎아내리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후 해당 영상에 출연한 백반집 사장은 JTBC ‘사건반장’과의 인터뷰에서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백반집 사장은 “당시 점심 영업시간이 끝나서 손님을 안 받으려고 했는데, ‘유명 유튜버’라고 하기에 식사를 내줬다. 이후 며느리를 통해 해당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장사가 끝났는데도 밥을 준 내가 잘못이다. 사람들이 영양군에 대한 좋은 이미지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논란이 커지자 오도창 영양군수는 한 매체를 통해 “많이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눈 떠보니 영양이 스타가 됐다. 부족하지만 영양의 진짜 모습은 별 볼 일 없는 세상에서 별천지를 누리고 자작나무 숲에서 천연의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전국에서 100세 인구가 가장 많은 최장수 군이다. 바쁜 일상이지만 영양에 오시면 제대로 숨 한 번 쉴 수 있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품격 있게 대응했다. '무례하다'는 비난에도 묵묵부답했던 피식대학의 비겁함과 더욱 비교되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본 콘텐츠에서 직접적인 언급으로 피해를 겪으신 두 분의 사장님들께 죄송하다. 콘텐츠에서 직접 언급하여 문제가 된 제과점과 백반식당에 피식대학의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가 방문하여 사과를 드렸다. 두 사장님 모두 지금은 피해가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추후 발생할 피해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최선을 다해 돕도록 하겠다"며 "피해와 심려를 끼친 영양군민, 영양에서 근무하고 계신 공직자와 한국전력공사 분들께 죄송하다. 영양군과 영양군의 특산품에 대해서도 경솔한 발언을 해 불쾌한 감정을 들게 했다. 영양군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시는 영양군 주민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한다. 저희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영양군청에 연락을 드렸다. 당장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추후 어떤 형태로든 저희의 잘못을 바로잡을 방법을 찾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책임을 언급했다.
또 "저희의 콘텐츠로 불쾌함을 느끼신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 금번의 일을 계기로 코미디언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도록 하겠다. 좋은 코미디를 만들기 위해 그간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피식대학의 모습 보여 드리겠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제작진은 문제가 된 '메이드인 경상도 영양군 편'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그러나 피식대학표 강약약강(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하다)식 코미디는 여전히 지적받고 있다. 일례로 지난 5일 게재된 '피식쇼' 아이브 장원영 편 썸네일이 있다. 게스트와 MC들의 얼굴을 나란히 배치한 뒤 'PSICK Show'라는 로고를 새기는 게 그동안의 형식이었는데, 장원영 편만 다르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썸네일에 MC들의 얼굴은 없고 게스트인 장원영의 사진 세 장이 나란히 자리, 'PSICK Show' 로고도 장원영 사진 배치에 가려져 교묘하게 'Fxxx She'로 보인다. 장원영 편 다음인 현우진 편 썸네일은 기존 구성을 따르고 있어 '고의성'에 무게가 실렸다. 국내외 시청자들은 '어린 여성을 상대로 성희롱을 한다'고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향후 피식대학이 사과문대로 '코미디언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한 콘텐츠를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전효진 동아닷컴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