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 이순재, 데뷔 첫 대상 “평생 시청자 도움 많이 받아 감사” 눈물 (KBS 연기대상)

배우 이순재(89)가 데뷔 첫 대상을 받았다.

지난 11일 KBS2 ‘2024 KBS 연기대상’ 녹화분이 방송됐다. ‘KBS 연기대상’은 지난해 12월31일 진행됐다. KBS는 지난해 12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여파로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됨에 따라 추모 물결에 동참, 시상식을 녹화 방송키로 했다.

대상의 영광은 드라마 ‘개소리’에 출연한 이순재에게 돌아갔다. 건강 적신호로 휴식 중이었던 그는 직접 무대에 올랐다. 또 이순재는 ‘개소리’에서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 연우-견공 아리와 함께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했다.

우선, 베스트 커플상 수상에 대해 이순재는 “전적으로 아리 덕분”이라고 공을 돌리는 재치를 발휘했다.

이어 “‘개소리’는 이색 작품이었다. 여기에 상 타려고 온 사람 한 사람도 없다. ‘어떻게 하면 시청자분들에게 재밌게 보여줄까’라는 생각으로 모두가 힘을 합쳤다. 그래서 ‘개소리’엔 주연, 조연이 따로 없다. 전부 다 주연이다”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또 “솔직히 대상 꿈에도 생각 안 한다. 그전에 더 잘한 것도 안 줬는데. 대상이라고 해서 나가보면, ‘공로상’이더라”라고 말해 폭소를 유발했다.

이순재 예상과는 반대로, 그는 이날 ‘대상’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이순재는 “오래 살다 보니까 이런 날도 있네”라며 “아름다운 상, 귀한 상을 받게 됐다. 그동안 대상하면 역사적 인물들을 연기한 배우들이 가져갔었다. 근데 60살 넘어도 잘하면 상을 주는 거다. ‘공로상’이 아니다. 연기를 연기로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 바로 그게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이다”라고 감격했다.

그러면서 “이 상은 나 개인의 상이 아니다. 드라마 ‘개소리’엔 수많은 개가 나온다. 그대들도 한몫 다 했다.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거제도를 20회 이상 왔다 갔다 하며 찍은 드라마다. ‘대 KBS’ 덕분에 오늘날 ‘개소리’가 전국에 들리게 됐다. 사장님 감사드린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끝으로 이순재는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라고 해 모두를 울렸다.

전효진 동아닷컴 기자 j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