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오윤석.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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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해지면 거기서 끝나는 거예요.”

KT 위즈 오윤석(33)은 지난해 2루에서 팀 내 최다 422이닝을 수비했다. 그와 2루수 출전 비중을 나눈 천성호, 김상수는 올해 유격수를 주 포지션으로 삼을 공산이 크다. 이들 다음으로 2루 수비 이닝이 많았던 신본기는 은퇴했다.

그럼에도 경쟁은 끝나지 않는다. 기존 3루수 황재균이 허경민에게 자리를 양보한 뒤 2루에서 잠재적 경쟁자가 됐다. 여기에 권동진, 윤준혁 등 유망주들도 호주 질롱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됐다. 오윤석은 “프로는 나태해지지 않는 게 당연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 역시 매 시즌 더 강하게 생기는 듯하다”고 말했다.

경쟁을 간과해서는 곤란하지만, 오윤석에게 2025시즌 스프링캠프는 사실상 2루를 지키는 시간이다. 지난해 그가 주전에 가장 근접했다. 73경기에서 타율 0.293, 6홈런, 27타점으로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일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이후 22경기에서 타율 0.396으로 맹활약했고, KT는 6위로 처져 있다가 PS 무대로 도약했다.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오윤석이 팀과 상승세를 함께 그리는 도화선이었다”고 치켜세웠다. 오윤석은 “팀과 개인 성적이 동시에 좋아서 두 배 더 기뻤다”고 밝혔다.

오윤석은 경쟁에서 다시 한번 우위를 점하기 위해 귀감이 되는 선배를 떠올리고 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구단 레전드 2루수인 박경수 QC코치다. 선수 시절 박 코치가 오윤석에게 2루를 물려주고 싶어 했듯, 오윤석 또한 박 코치에게서 배운 것을 되새기고 있다. 그는 “타구, 상황 판단, 디테일을 비롯해 (박 코치에게서) 배운 게 정말 많다. 기술은 물론 그라운드 안팎에서 해주시는 위로, 조언 덕분에 난 더 많이 발전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박 코치가) 주전을 맡을 때마저 안주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 역시 내게 귀감이 됐다”고 덧붙였다.

오윤석은 이번 비시즌도 알차게 보냈다. 지난해 얻은 자신감과 경험을 가슴에 품고 2년 연속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땀을 흘렸다. 이 과정을 통해 수비는 더욱 견고해졌다. 구단 관계자는 “백핸드 캐치를 비롯해 핸들링이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귀띔했다.

오윤석은 “지난해 많은 기회를 받으면서 압박감에서 많이 자유로워졌고,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정신적으로 강해지고 좀 더 여유로워지니 좀 더 넓은 시각으로 경기를 보게 되는 것 같다”며 “올해는 지난해 경험을 발판 삼아서 풀타임 시즌을 치를 플랜을 세워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질롱(호주)|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