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성 계주와 남자 1500m에서 금메달…2관왕
마지막 바퀴서 린샤오쥔 넘어져 역전 우승
(하얼빈=뉴스1) 안영준 기자 =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간판 박지원(서울시청)이 혼성계주 종목에서 린샤오쥔(임효준)을 제치고 역전 우승을 일군 뒤 “2위로 가고 있었지만 떨지 않았다. 마음이 편안했고 역전이 가능하다고 믿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지원은 8일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혼성 2000m 결선에 마지막 주자로 나서 한국의 극적 금메달을 이끌었다.

특히 추월 장면이 드라마와도 같았다.

마지막 주자 박지원은 2위로 터치를 이어받아 린샤오쥔을 맹추격했는데, 결승선까지 불과 한 바퀴를 남겨놓고 있어 상황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린샤오쥔이 충돌 없이 혼자 넘어지면서 박지원이 극적으로 추월에 성공했다.

린샤오쥔은 과거 한국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중국 귀화를 결정한 뒤 종합 대회에서 처음 한국과 만났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박지원은 “마지막 두 바퀴를 남기고 터치를 이어받을 땐 보통 긴장이 많이 된다. ‘내가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게 떨리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린샤오쥔에 이어) 2위로 달렸지만 편안하게 앞 시야가 보였고, 그래서 역전이 가능하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박지원은 곧바로 이어 열린 1500m에서도 금메달을 달성, 2관왕을 차지했다.

이번엔 뒤에서 달리던 중국의 순롱이 ‘나쁜손’ 반칙을 하면서 방해했음에도 중심을 잃지 않고 선두를 지켜냈다.

박지원은 “모든 경기가 치열하다는 건 좋은 현상”이라면서 “마지막에 (반칙 시도에도) 끝까지 버티고 한 번 더 움직였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대회 5관왕을 노리는 박지원은 이날 오후 열리는 500m에서 세 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그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앞에 딴 메달은 바로 잊자’고 결심했다. 지금도 이미 두 개의 메달은 머릿속에 없다. 이제 완전히 새로운 마음으로 500m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은 레이스를 마칠 때마다 손가락으로 현재 금메달 획득 숫자를 표시 중이다. 혼성 계주에서는 손가락 하나, 1500m에서는 손가락 두 개를 드는 식이다.

박지원은 “한 손에 손가락은 5개가 있으니, 그걸 다 채우고 싶다”며 500m 준비에 돌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