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도개걸윷모” 인생도 한판, 연극도 한판! ‘그, 윷놀이’

연극 ＜요새는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그, 윷놀이＞이 한 장면. 사진=박태양

윷놀이에 담긴 인생의 은유, 연극 무대에서 다시 태어나다
바쁜 현대인에게 던지는 한판의 질문, 연극 ‘그, 윷놀이’ 개막
백상예술대상 수상 극단 코너스톤, 전통과 철학이 공존하는 무대 선보인다

윷가락이 던져지는 순간, 인생도 던져진다.
연극 ＜요새는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그, 윷놀이＞가 3월 27일부터 4월 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올해로 세 번째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은 고(故) 윤조병 작가의 희곡 ＜윷놀이＞를 원작으로, 연출가 이철희가 재창작한 연극이다. 단순한 놀이로만 여겨지는 윷놀이를 통해 삶과 죽음, 존재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연극은 충청도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설 명절부터 보름 사이, 농민들이 마당에 모여 윷놀이를 즐기는 모습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말판 위의 말들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인생의 우연과 필연, 승패의 의미, 그리고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연출을 맡은 이철희는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더 스마트하고, 더 앞서 나가기를 강요받는다. 그러나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윷놀이와 같다”며, 이번 공연이 관객들에게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연극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충청도 사투리의 활용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구수한 충청도 방언을 사용하며, 이를 통해 한국적 정서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시골의 따뜻한 정취를 경험할 수 있는 점도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다.

관객들은 극 중 인물들이 윷놀이를 하며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소소한 웃음과 공감을 느끼게 된다. “놀던 윷 마저 놀거라. 쌈질들 허지 말구.” 같은 대사는 연극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삶을 바라보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공연은 다양한 연극상을 수상한 극단 ‘코너스톤’이 제작했다. 이철희 연출을 비롯해 강일, 곽성은, 한철훈 등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하며, 조명·음악·무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보탰다.

3월 30일 일요일 오후 공연 후에는 배우와 연출이 직접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돼, 연극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기회를 제공한다.

연극 ＜요새는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그, 윷놀이＞는 한바탕 웃고 떠들다 보면 어느새 가슴속 깊은 울림을 남기는 작품이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이야기 속에서, 관객들은 스마트함이 아니라 따뜻한 인간애와 삶의 본질을 되새기는 시간이 될 것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