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의령의 유명사찰 A사(寺)에서 고령의 노인을 상대로 봉안당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A사 봉안 시설.
8일 스포츠동아의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동래경찰서 수사과는 경남 의령군 유명사찰 A사와 부산지역 포교원장 B씨에 대해 사기 등의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사와 B씨로부터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C할머니(80) 등 7명은 지난 3월 31일 동래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동래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C할머니 등은 지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A사찰의 봉안당(납골시설)을 1기당 650만원씩 적게는 2기에서 많게는 4기까지 계약을 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약이 취소돼 사기를 당했다는 주장이다. 고소장에 접수된 피해 할머니들의 피해액은 1억원이 넘는다. 현재까지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은 추가 피해자가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C할머니 등은 봉안당 계약 시 A사가 운영한 추모관에서 A사 종무소 관계자와 B씨가 입회한 가운데 계약서를 작성했고, B씨에게 계약금을 전달한 뒤 부산에서 B씨에게 잔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들 할머니가 최근 A사에 봉안당 존치 여부를 확인하자 A사는 “계약이 취소됐다”고 답변했다. 포교원장 B씨가 A사에 봉안당 계약금을 입금하지 않았다는 게 A사의 주장이다.
C할머니는 “계약을 한 당사자가 취소하지 않았는데 A사가 왜 멋대로 취소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계약 취소 과정에서 A사 측은 계약 당사자인 할머니들에게 ‘취소됐다’거나 ‘입금이 되지 않았다’는 통보를 하지 않았다.
A사는 봉안당 계약 시 작은 부처상에 계약자의 이름을 써 붙여 계약된 자리에 올려두는데, 현재 이들 할머니가 계약한 자리는 부처상이 치워져 있거나, 다른 사람 명의로 계약된 부처상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A사 측은 포교원장 B씨가 중간에서 돈을 갈취한 ‘개인적 비위사건’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A사찰 종무소 관계자는 “현재 관련해서 동래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며 사찰에도 B씨를 상대로 고소 중”이라면서 “도의적인 책임으로 피해자들과 합의 증서를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피해자들은 “사찰에서는 일체 보상에 대해 연락이 온 것은 없다”고 전했다. A사찰 주장을 확인차 B씨와의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MBC 실화탐사대에 출연한 사기범죄 전문 곽준호 변호사는 “납골당(봉안당)을 절에서 지어서 일종의 절의 수익 사업으로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며 “그 조직의 수익 자체가 궁극적으로 절로 이어지는 것 아니겠나. 그렇다면 포교원들이 하는 행위, 포교원들이 하는 말, 행동들로 인한 수익을 절도 같이 나누기 때문에 A사찰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C할머니 등 피해자들은 A사측 관계자들 또한 B씨와 함께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의령군 A사는 부산 경남 등 전국에서 수십 곳의 포교원을 운영하며 봉안당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A사의 포교원은 주로 70~80대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봉안당 홍보를 하는데, A사의 스님과 포교원장이 A사의 홍보영상 등을 보여주며 봉안당 분양을 권유했다고 C할머니 등은 주장했다. B씨 등 포교원장들은 웃음치료사 등의 자격을 갖추고 레크레이션을 하듯 할머니들에게 노래를 불러주거나 만담을 해주며 친밀감을 형성했으며, 계란, 김, 라면 등 부식을 공짜로 나눠주며 환심을 사는 수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포교원장 B씨의 경우 할머니들을 ‘엄마’라고 부르며, 할머니들이 노령연금을 받는 매월 25일이 되면 ‘돈을 빌려달라’며 금품을 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을 접수한 D할머니는 B씨에게 1000만원을 빌려준 뒤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현재까지도 A사의 포교원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
추모관을 운영하는 A사의 관할 관청인 의령군청 관계자는 “할머니들의 피해 상황과 억울함에 공감하며 행정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을 강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포교원장 B씨가 운영하고 있는 A사의 포교원은 현재 부산진구 개금동에 소재하고 있다. 부산진구청 관계자는 “할머니들의 피해 상황이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행정적으로 조치해야 부분이 생기면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상남도 의령군에는 운암사, 불양암, 백련암, 수도사, 일붕사, 유학사 등의 전통 사찰과 비교적 최근에 건립된 수암사 등 7곳의 사찰이 있다.
부산 | 김태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bu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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