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향한 그리움, 효심으로 조성한 공원에 담다

경기 가평 효사랑공원 조진환 이사장…“돌아가신 아버지 향한 그리움, 미처 못다 한 효를 생각하게 하는 공간”

경기도 가평 효사랑공원 조진환 이사장

사회가 각박해졌다는 우려가 크다. 세대 갈등이 가정불화로까지 이어져 부모 자식 사이도 안정적이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세태를 안타까워하며 효와 가족사랑을 주제로 공원을 조성한 이가 있다.

‘효사랑공원’(경기 가평군 조종면 와곡길 37)은 조진환 효사랑공원 이사장이 아버지를 향한 효심을 담아 조성한 공원이다. 아버지와 추억이 있는 곳으로, 본래 가족과 함께 아버지를 기리던 방이 있던 자리다. 조 이사장은 “가족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사회에 확산되길 바란다”고 공원의 취지를 설명했다.

조 이사장에게서 효사랑공원과 그의 삶에 관해 직접 들었다. 그가 강조하는 효와 가정의 의미는 현대사회의 발전 속에서 놓치고 있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효사랑공원을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각박하고 메마른 요즘 세상 속에서 가족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입니다. 제게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 미처 못다 한 효를 생각하게 하는 공간이기도 하죠. 공원은 명품 수석과 나무 사이로 산책할 수 있는 길이 나 있는 형태입니다. 바닥에는 세계적인 5대 명소로 꼽히는 지역의 옥돌이 깔려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효와 사랑의 의미를 나누기에 좋은 곳이라 생각합니다.”

-효심을 담은 공원을 조성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부모님은 큰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였습니다. 예전엔 몰랐는데, 이제야 그 나무가 얼마나 컸는지 알게 된 거죠. ‘한 부모는 열 자식을 키워도 열 자식은 한 부모를 못 보듬는다’고 합니다. 부모님의 사랑이 그렇게 큰 거예요. 그 마음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옥도, 향도 싸놓으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펼쳐놓아야 빛을 내고 향을 내는 것이죠. 그런 생각으로 공원을 조성하겠다 마음먹었습니다.”
-마음을 먹더라도 공원 조성이 쉬운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좋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 가족들이 기리는 ‘그리움의 방’이란 공간을 작게 만들었는데, 그걸 보신 분들이 더 많은 이들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안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작게 시작했지만, 조금씩 규모가 커져서 현재의 규모가 됐습니다.”

-특별히 가평에 자리를 잡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요.
“우리 가족의 ‘제2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본래 연천 출신이지만, 가평에서 오래 지냈습니다. 특히 이곳 운악리는 아버지와 추억이 있는 곳입니다. 아버지와 함께 이곳에 왔을 때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운악산을 배경으로 조성된 경기도 가평 효사랑공원

●세대 갈등, 공존과 관계 회복으로 풀어야

-요즘 세대 갈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함께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하늘에 태양과 달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젊은 세대와 나이가 있는 세대가 서로 융화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의 세대 갈등을 보자면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특별히 효사랑공원을 조성하신 입장에서 생각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예부터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했습니다. 가정이 안정적이어야 밖에서도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지 않습니까. 전에 베트남축구국가대표팀을 지도한 박항서 감독이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너희는 먼저 너희 가족을 위해 뛰어라. 그다음에 이 팀을 위해 뛰어라.’ 가족은 그렇게 힘을 낼 수 있는 배경인 겁니다. 가족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효와 가족 사랑의 의미를 강조하시니 가정에선 어떤 아버지이신지 궁금합니다.
“부모란 화살을 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녀가 화살인 것이죠. 활시위를 최대로 당겨서 화살이 최대한 잘 날아가게끔 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을 지원해주고자 최선을 다하려 했습니다. 제 아버지는 상당히 엄숙한 분이셔서 저는 동양적인 가치관 아래서 자랐는데, 후에는 미국에 가게 되면서 자유로운 문화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적인 가족관과 미국적인 가족관이 섞여 있어요. 그렇다 보니 자녀들과도 조금은 자유롭고 편안한 관계입니다.”

-미국에서 카이로프랙틱으로 학위를 받으시고 국내 대학에서 교육을 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강단에 서게 됐나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제가 졸업한 고려대학교의 교수님을 만나서 상의했더니 체육학과 교수님을 소개해주셨어요. 그렇게 소개에 소개를 거쳐서 카이로프랙틱이 뭔지 아는 분에게까지 닿았고, 그분의 도움으로 많은 의사와 한의사들에게 제가 공부한 것을 강의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계시는데요.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은 겁니다. 저와 형제들이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2008년 2억5000만 원을 임천 조 씨 장학회에 기부했고, 그 이자로 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효사랑공원을 찾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되는 게 아니라 직접 실천해야 합니다. 그런 것처럼 몸으로 와서 둘러보고 체험하면서 아름다움을 느껴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효’를 영어사전에서 찾으면 ‘filial duty’라고 나옵니다. 자식의 의무라는 뜻이에요. 그 마음을 담은 공간에서 가족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고, 가족관계를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