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AI 투 트랙’으로 반등 노리는 SK, 실행 속도가 성패 가른다

2025 SK 경영전략회의에 참여한 SK 경영진이 최종현 선대회장의 육성을 들으며 SKMS 철학과 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사진제공 ｜SK

SK그룹이 최근 열린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철저한 자기반성과 함께 ‘경영의 본질’로 돌아가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내부 위기 속에서 고객과 사회의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본원적 경쟁력을 재정립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SK는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경기도 이천 SKMS 연구소에서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그리고 주요 관계사 CEO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전략회의를 열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회의는 SK 경영진이 직면한 위기 상황을 공유하고, 그룹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 회복을 위한 실행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경영진은 최근의 사이버 보안 이슈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내부 통제에 대한 문제 제기를 엄중히 받아들였다. 회의에 참석한 임원들은 “신뢰받는 SK로 다시 도약하기 위한 출발점은 철저한 반성을 통해 ‘경영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는 단순한 구조조정을 넘어, 고객 가치와 사회적 책임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본원적 경쟁력’을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정의한 바 있다. 그는 경영의 모든 영역에서 기본기, 즉 운영 개선을 접목해 내실을 빠르게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는 이 같은 기조를 전 계열사 차원에서 구체화하는 자리였다.

SK는 지난해부터 그룹 전반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본격화해왔다. 단기 실적에 집착하기보다 중장기적 생존과 성장을 위한 전략적 방향 전환이 핵심이다. 중복 사업의 재편, 우량 자산의 내재화, 미래 성장 사업 간 시너지 강화 등은 그룹이 선택한 주요 실행 과제다. 이번 회의에서는 이러한 리밸런싱 추진 과정의 성과와 한계를 점검하고, 보완 과제를 논의했다.

AI와 첨단 반도체 등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 기조도 유지된다. SK그룹은 반도체 밸류체인, AI 인프라, 에너지 솔루션 등 핵심 성장 축에 대해 지속적인 자본 투입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국가 전략 산업 육성에도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AI 분야에서는 단순한 기술 적용을 넘어, 비즈니스 전반의 혁신 수단으로 삼는 전략이 제시됐다. 경영방식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편하고,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했다. AI를 기반으로 한 포트폴리오 운영 방식은 향후 SK 경영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회의 마지막에서는 SK 고유의 경영철학인 ‘수펙스(SUPEX, Super Excellent Level)’ 문화 확산을 위한 다짐도 이어졌다. 리더들이 먼저 앞장서고, 구성원들이 자율성과 패기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조직 전반의 실행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결의다.

SK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그룹의 실질적인 변화를 시장과 이해관계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자리였다”며, “기본으로 돌아가 성과로 증명하는 SK의 재도약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