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우리말로 빚은 말의 향기 ‘올랑올랑한 내 마음’ [신간]

사진제공ㅣ국민서관

●올랑올랑한 내 마음
(권지음 저 ｜ 국민서관)

우리가 말하는 일상은 생각보다 좁은 어휘 속을 걷는다.

‘예쁘다’로 다 말하고, ‘좋다’로 끝내고, ‘잠을 잤다’고만 이야기하는 이 단조로운 언어의 풍경을 권지영 시인의 동시집 ‘올랑올랑한 내 마음’은 부드럽고 재치있게 흔들어 깨운다. 시인은 사전 속에 잠들어 있던 순우리말들을 깨워 아이들 손에 쥐어주듯 정갈하고 사랑스럽게 펼쳐 보인다.

55편의 동시 속 순우리말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이야기를 품은 존재들이다. 시인은 잠의 다양한 결을 ‘노루잠’, ‘꽃잠’, ‘말뚝잠’으로 불러내며 독자가 무심코 지나쳤던 감각을 돌아보게 만든다. “내 잠이 자꾸 팔딱팔딱 뛰어”처럼 의성어와 비유로 다져진 언어는 곧바로 머릿속에 이미지를 펼쳐준다. 말의 생생함이 무엇인지를 시로 증명한다.

권 시인은 단어의 의미를 풀기보다는 그 단어가 놓일 수 있는 장면과 마음을 함께 제시한다. 예컨대 ‘샛별눈’이라는 표현은 밤에도 반짝이는 아기의 눈을 빛나게 만들고, ‘고추바람’은 매서운 겨울바람을 혀를 찌르는 고추처럼 몸에 와닿게 만든다. 이렇게 시는 읽는 행위 너머로 ‘말을 체험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올랑올랑한 내 마음’은 단지 어휘를 늘리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어린이 독자에겐 상상력과 표현력을 길러주는 놀이터가 되고, 어른 독자에겐 우리말이 얼마나 다정한지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따뜻한 거울이 된다. 매일 쓰는 말이지만 매일 새롭게 배울 수 있다는 것. 이 동시집은 그 진실을 고요히 그러나 또렷하게 알려준다.

풍성한 언어생활을 꿈꾸는 이라면 시인의 말처럼 “곰비임비 쌓여가는 말맛”의 세계에 한 발 들여놓아 보자. ‘올랑올랑한 내 마음’은 말의 재미를 가르치지 않고 느끼게 해주는 순우리말 입문서이자 감성의 안내서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