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과 여교사 사이의 ‘연애 감정’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제작된다는 소식에 교육계가 발끈했다.
문제의 작품은 웹툰 원작 드라마 ‘내가 사랑하는 초등학생’. 제목부터 ‘파격’인 이 드라마는 교사와 제자 사이에 사랑의 감정이 오간다는 설정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1일 공식 입장을 내고 “이건 창작의 자유로 포장한 아동 성적 대상화”라며 드라마 제작 중단을 촉구했다. 교총은 “해당 드라마는 교육자 전체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교직 사회에 대한 깊은 불신을 초래할 것”이라며 “교사-학생-학부모 간의 신뢰를 흔드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문제의 핵심은 ‘그루밍 범죄’로 읽힐 수 있다는 주장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초등학교 여교사 심청아. 연인과 헤어진 뒤 연애를 포기하고 있던 와중,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고수’ 유저와 썸을 타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유저가 자신의 초등학생 제자 임당수였다는 설정. 여기에 둘 사이의 감정선이 그려지고, 동료 교사에게 이 사실이 들키며 갈등이 이어진다.

교총은 “이런 내용이 로맨스나 판타지로 소비될 경우, 현실에서 발생하는 그루밍 범죄의 심각성이 희석될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교사를 아동 성범죄 가해자로 묘사하는 콘텐츠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 드라마는 2019년부터 연재돼 총 142회로 완결된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제1회 세계만화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은 인정받았지만, 내용 자체는 “불편하다”는 비판도 꾸준히 받아왔다. 웹툰으로는 소비됐지만, 실사 드라마가 된다는 소식에 여론의 반응은 더 거세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성별이 바뀌었다면 절대 통과 못 했을 스토리”, “아동 배우가 이걸 연기한다고 생각하니 당황스럽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아동 배우의 정서적 안전 문제도 거론된다. 연기 문제가 아니라, 설정 자체가 ‘현실적인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드라마 제작은 이미 구체화됐다. 연출은 정성현 감독, 대본은 정세혁 작가가 맡았다. 제작사 메타뉴라인은 “원작의 감성을 살리는 동시에 드라마만의 새로운 재미를 더할 것”이라며 기존 팬과 새로운 시청자 모두를 아우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원작의 감성’이 대중의 윤리 기준과 부딪히고 있다는 점. 스토리 중심이 ‘초등학생 제자와 교사의 연애 감정’인 만큼, 방송사 편성 여부와 캐스팅 과정에서도 큰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까지 드라마 방영 일정, 배우 라인업 등은 미정이다.

과연 이 드라마는 원작의 팬덤을 넘어 대중을 설득할 수 있을까. 그 전에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교육계와의 전면 충돌’인 듯하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