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밴쯔 BANZZ’ 캡처

유튜브 채널 ‘밴쯔 BANZZ’ 캡처



딜리트를 누르는 순간,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205만명의 구독자와 3300개 이상의 영상이 담긴 유튜브 채널, 밴쯔가 그 모든 걸 직접 삭제했다.

밴쯔는 7일 새롭게 개설한 유튜브 채널 ‘밴쯔 BANZZ’를 통해 ‘205만 밴쯔 채널을 삭제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 속 그는 조용히 컴퓨터 앞에 앉아, 오랜 시간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온 채널을 되짚어봤다. 그리고 결국 삭제 버튼을 눌렀다.

밴쯔는 채널을 삭제하기 직전, 2013년 11월 26일 업로드한 자신의 첫 먹방 영상을 꺼내봤다. “그때는 삼각대도 없이 식당 직원에게 핸드폰 촬영을 부탁했었다”는 말엔 웃음이 섞여 있었다. 손을 떨며 카메라 앞에 섰던 그날, 그는 유튜브라는 긴 여정의 첫 발을 내디뎠다.

그는 가장 애정하는 영상으로 ‘삼양라면 먹방’을 꼽았다. 조회수 1587만 회를 기록한 영상이다. 밴쯔는 “이미 소장하고 싶은 영상은 다 백업해 놨다”고 했다.
삭제 버튼을 누르기 직전, 그는 이렇게 말했다.
“방학이 끝난 기분이다. 너무 아쉽고 허무하다. 이별하는 게 이런 기분인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기분이 이런 건가…”

밴쯔의 유튜브 채널 삭제는 약속에서 비롯됐다. 개그맨 윤형빈과 지난달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굽네 로드FC 073’에서 맞붙으며 “패배하면 유튜브 채널을 삭제하겠다”는 공약을 걸었던 것. 그는 경기 시작 1분42초 만에 TKO 패배를 당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경기 직후 “약속 지키겠습니다. 내일 마지막 영상 올리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던 밴쯔는 일주일 뒤 채널을 삭제했다.
밴쯔는 새로운 채널을 개설했다. 밴쯔는 새 채널에서 “13년 전 처음 영상을 올릴 때의 기분이 다시 느껴진다. 이제 밴쯔 시즌2로 가보자. 더 좋은 영상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과거는 지웠지만, 밴쯔의 이름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시 시작하는 밴쯔. ‘딜리트’는 끝이 아니라, 다음 페이지를 여는 버튼이었을 것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