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 용인 라이브] 남녀 훈련장 공유에 괜한 트집잡는 中 매체…EAFF, “황당한 소식…中협회가 직접 결정”

한 중국 매체가 EAFF E-1 챔피언십에 출전한 자국 남녀축구대표팀이 10일 훈련을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서 진행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한 것에 대해 EAFF 사무국은 각국 협회가 직접 결정한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중국 남자대표팀이 7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한국을 상대하는 모습. 용인｜뉴시스

자국 남녀축구대표팀이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훈련한 것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드러낸 중국 언론의 보도에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이 황당해 했다.

중국 스포츠매체 ‘타이탄저우보’는 10일 “역사상 전례 없는 일! 남녀축구대표팀이 같은 훈련장을 사용하고 공유한다”는 제목의 1분17초짜리 짧은 영상을 공개했다. 현장 영상을 촬영한 이 기자는 “두 대표팀이 훈련장을 공유한다는 건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그런데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 실제로 이날 훈련을 같은 시각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중국 남녀대표팀이 진행한 것은 맞다. 그런데 정확히 따지면 장소가 달랐다. 7일 개최국 한국에 졸전 끝에 0-3 완패한 남자대표팀은 보조구장A를 사용했고, 9일 한국과 2-2로 비긴 여자대표팀은 보조구장B를 사용했다. 공간은 같았으나 같은 훈련장을 사용하지 않았으니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EAFF 회원국이자 호스트 자격으로 대회에 임한 대한축구협회(KFA)의 공지에 따르면 한국 남자대표팀과 여자대표팀이 각각 성남종합운동장, 원주공설운동장을 사용한 가운데 일본 남자대표팀은 안양비산체육공원, 일본 여자대표팀은 시흥정왕스타디움에서 몸을 풀었고, 홍콩 남자대표팀은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B, 대만 여자대표팀은 안양비산체육공원에서 각각 시간을 달리해 훈련을 가졌다.

하지만 시간을 결정한 것은 KFA가 아닌 EAFF다. 그것도 각국 축구협회의 입장을 반영하고 각국 대표팀 관계자가 참여한 미팅을 통해 결정됐다. 한국과 홍콩의 남자부 2차전이 열린 11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만난 EAFF 관계자는 “훈련장, 시간 배정은 개최국 소관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결국 중국축구협회가 직접 선택했고 결정한 사안에 스스로 불필요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매 경기마다 경기장 라커룸 사용과 유니폼 색상에 영향을 끼치는 홈·원정팀 구분도 달라진다. 무조건 개최국이 아니다. 남자부 한국-홍콩전의 홈팀은 홍콩이었다. 그래서 ‘홍명보호’는 상하의 올블랙 색상의 유니폼을 입었고, 홍콩이 붉은색 상의와 검정색 하의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섰다.

물론 중국 언론들이 이처럼 날선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추측할 수 있다. 자국 대표팀의 처참한 현주소가 그대로 드러난 탓이다. 언제나처럼, 늘 그랬듯이 2026북중미월드컵 본선행이 좌절된 남자대표팀은 자신들이 ‘3진’이라 조롱한 한국대표팀에 농락당했고, 한 때 세계 최강으로 군립한 여자대표팀은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얻어맞아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심지어 중국 매체들은 자국 남자대표팀이 한국 입국 당시 지나치게 많은 여행가방을 가져갔다는 소식과 사진을 공개하며 “마치 관광을 떠난 것 같다”는 황당한 트집을 잡았다. 그러나 E-1 챔피언십은 대회 기간만 일주일이 넘는데다 현지 적응을 위해 먼저 들어가기 때문에 열흘 가량에 달한다. 기간이 길수록 짐이 늘어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결국 축구를 잘했다면 전혀 문제되지 않을 일들이다.

용인｜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