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독시’ 韓판타지 블록버스터의 신기원…안효섭 또 홈런 날렸다[리뷰]

사진제공｜롯데시네마

“어라? 이 정도로 잘 뽑을 줄이야!”

누적 조회수 2억 뷰에 달하는 웹소설을 원작으로 해 관객의 엄청난 기대만큼 걱정을 자아냈던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 세간의 우려를 비웃듯 보란 듯이 해냈다. 23일 개봉에 앞서 15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는 웹소설 원작이라는 선입견도, 충무로에 생소한 한국형 판타지라는 불안감도 단번에 지워내기 충분했다. 독보적 세계관과 전대미문의 크리처 액션, 그리고 안효섭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완성된 ‘한국형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신기원’을 열어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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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각색의 승리

10년 간 연재됐던 소설의 유일한 독자였던 평범한 회사원 김독자(안효섭)이 어느 날 갑자기 현실이 된 소설 속 세상을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를 향한 원작 팬들의 가장 큰 우려는, 웹소설 속 방대한 세계관을 영화 안에 제대로 압축할 수 있냐는 데에 있었다. 영화 속에 펼쳐진 또 다른 소설의 세계와 더불어, 가상의 코인을 통해 무기와 기술을 획득하거나 적을 처단해야 다음 이야기가 진행되는 등의 비디오 게임처럼 복잡한 이야기 전개 방식을 영화의 짧은 러닝 타임에 담긴 불가능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300편이 넘는 원작 웹소설의 분량을 단 2시간으로 깔끔하게 담아냈다. 원작의 방대한 설정을 간결하게 설명하면서도 이야기의 흥미와 전개, 세계관 이해를 동시에 잡았다. 특히 불필요한 사족은 과감히 쳐내고 영화 시작 10분 만에 소설 속 세상을 마주하게 되는 김독자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을 단숨에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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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안효섭, 스스로 증명한 대세 타이틀

방대하면서도 생소한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었던 이유의 중심에는 주인공 김독자 역을 맡은 안효섭의 내레이션도 있다. 극 전반에 깔린 그의 내레이션은 관객의 낯선 세계를 납득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주인공의 심리에 공감하게 하는 등 ‘정보 전달 그 이상’의 역할을 해낸다. 안효섭은 앞서 더빙으로 참여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보여준 목소리 연기의 저력을 이번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한 셈이다.

안효섭의 활약은 내레이션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간 로맨스 드라마에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안효섭은 이번 작품에서 제대로 연기 변신에도 성공했다. 평범하다 못해 유약해 보였던 김독자가 동료들과 힘을 합쳐 재앙이 된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점차 강인하게 변해가는 성장의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린다. 또한 맨손 격투는 물론이고 검을 다루는 고난도 액션까지 직접 소화하며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주인공다운 존재감도 제대로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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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스펙터클

영화의 스펙터클은 압도적이다. 특히 한강을 유영하는 거대한 어룡, 이글이글 불타는 화룡, 인간보다 큰 괴수 사마귀까지 국내 영화계가 좀처럼 시도하지 않았던 화려하고도 독보적인 크리처 액션신은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CG나 VFX의 엄청난 발전에 힘입어 이질감이나 어색함 없이 현장감이 어우러진 이 크리처들은 판타지 장르의 비주얼적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이 모든 이야기가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다는 점도 눈에 띈다. 주인공 김독자와 동료들은 지하철 노선도를 따라 이동하며 스토리를 전개, 이 영화가 오직 충무로에서만 나올 수 있는 독특한 작품임을 실감케 한다. 김독자의 여정 속에서 관객은 붕괴된 동호대교, 휘어진 철도, 무너진 지하철역 같은 재난영화급 스케일도 이번 영화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