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는 8월 15일 광복 80주년을 맞아 국제 정책 제안 및 소통 플랫폼 ‘위폼(Weform)’을 공식 출범한다.

위폼은 반크가 기존 대한민국 참여형 거버넌스 플랫폼 ‘울림’과 ‘열림’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모델을 국제사회로 확장한 새로운 시민 외교 온라인 플랫폼이다.

위폼은 누구나 국제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그것이 시민들의 공동 논의를 통해 정책 제안으로 발전하며 이후 실제 국제기구나 정부 등의 반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반크는 이러한 위폼의 정식 오픈에 앞서 이를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는 글로벌 사전 캠페인을  8월 7일까지 매주 목요일 총 5회에 걸쳐 진행한다. 각 캠페인은 반크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하나의 국제 이슈가 의제로 제시되며, 이에 대한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제출할 수 있다. 이 캠페인은 위폼의 핵심 기능을 사전 체험하는 동시에 시민들의 다양한 관점과 제안을 실제 플랫폼 정식 운영에 반영하기 위한 사전 검토의 장으로 기획되었다.

그 첫 번째 캠페인은 15일부터 시작되며 의제로는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이 선정되었다.

‘동양평화론’은 안중근 의사가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에서 처단한 후 뤼순감옥에 수감된 채 집필한 미완성 유고로 동아시아의 평화와 자주적 협력을 위한 초국적 구상을 담고 있다. 그는 조선, 중국, 일본이 대등한 위치에서 공동 은행 설립, 공동 화폐 사용, 철도 공동 운영, 국제 평화군 창설 등을 통해 동양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이룰 수 있다고 보았다. 당시 제국주의 열강에 의해 침탈당하던 동아시아 현실에서 안중근은 ‘무력 충돌’이 아니라 ‘국가 간 협력’을 통한 평화 구축이라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그는 일본이 조선을 강제로 병합한 것을 강하게 비판하며, 진정한 동양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일본 역시 제국주의적 야망을 버리고 진심으로 조선 및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중근이 구상한 동양평화론은 단순한 이상론이 아니라 동아시아 내부의 자율적 연대와 질서를 통해 서구 열강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응하려는 전략적 사상이기도 했다.

비록 1910년 3월 일본 제국에 의해 사형이 집행되면서 본문은 완성되지 못하고 서문과 일부 초안만 남았지만 그의 구상은 오늘날 동아시아 지역 협력 및 평화담론에서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진다. 유럽연합(EU)나 아세안처럼 지역 국가 간의 신뢰와 제도적 협력이 강조되는 시대에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동북아시아의 평화 공동체 가능성을 제시한 매우 선구적인 사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크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에게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단지 역사적 유산이 아닌 21세기 국제 협력과 평화를 위한 실천적 사상으로 재조명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특히 ‘동양의 평화를 넘어 지금 전 세계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제 문제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시민 각자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국제 의제를 스스로 제안하고 고민해 보는 장을 만들고자 한다.

더 나아가 안중근 의사가 이루지 못했던 동양평화론의 이상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이어받고 그 사상을 단지 동아시아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세계 전체로 확장해 나가자는 것이 이번 캠페인의 궁극적인 취지다. 이는 지역 협력을 넘은 범지구적 평화 질서 형성에 시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여는 시도이기도 하다.

앞서 반크는 국내에서 ‘울림’과 ‘열림’이라는 두 가지 국민 참여형 정책 플랫폼을 운영하며, 시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공공의 소통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왔다. ‘울림’은 일반 국민이 자유롭게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창구로 국민의 일상적 고민이 정책화되는 구조를 만들어냈고, ‘열림’은 각 부처와 기관이 직접 정책의 취지를 설명하고 이에 대해 국민과 소통함으로써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플랫폼이었다.

이러한 국내 거버넌스 플랫폼 운영 경험은 국제 사회에서의 참여적 외교 모델 구축에 초석이 되었고, 여기에 더해 반크는 ‘브릿지 아시아’를 통해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국제 청원 활동을 수년간 운영하며 세계 시민 사회와의 연결망도 넓혀왔다. 

이번 위폼의 출범은 이러한 모든 플랫폼의 경험과 장점을 통합해 보다 구조적이고 영향력 있는 글로벌 정책 참여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라 할 수 있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반크는 대한민국 최초로 국가 정책 제안, 소통 플랫폼인 ‘울림’과 ‘열림’을 기획, 운영을 했다. 이를 통해 국민의 목소리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경험했다”며 “이제 그 경험을 세계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위폼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시민이 직접 정책에 참여하는 시대를 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민 한 명 한 명이 제기한 의견이 누적되어 전 세계적인 공론으로 발전하고, 그것이 다시 정책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이야말로 21세기형 민주주의의 이상이라 할 수 있다”며 “특히 전 세계 2억명 한류팬을 가진 대한민국이 위폼을 통해 전 세계 시민 거버넌스의 모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이번 캠페인을 시작으로 반크는 지속적인 국제 참여 플랫폼을 구축해 나가겠다. 이를 통해 반크는 앞으로 대한민국이 2억 한류팬을 지랫대로 전 세계인을 이끌어 나갈수 있는 글로벌 선도, 모범국가라는 사실은 전 세계인에게 알려나 걸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박기태 반크 단장은 “이제 한국인이 유엔과 같은 플랫폼을 설계하고 지구촌을 경영할 때가 임박했다. 반크는 5000만 대한민국 국민과 750만 재외 동포를 넘어 2억 한류팬을 포함해 세계를 경영하는 국가 대전략을 설계할 것이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박지은 반크 청년연구원은 “그동안 시민 참여를 말하는 시도들은 많았지만 정작 모든 시민이 국제 문제에 주체적으로 발언하고 제안할 수 있는 구조는 아직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위폼은 그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시도로 우리가 먼저 질문을 제시하고 시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관점을 드러낼 수 있도록 설계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인성 청년연구원은 “동양평화론은 단지 한 인물의 철학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의 국제 협력 모델로도 재조명될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이라며 “이번 사전 캠페인을 통해 세계 각지의 청년들이 자신만의 시각으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문제를 고민하고, 그것을 직접 발언하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첫 번째 사전 캠페인을 시작으로 반크는 앞으로 네 번의 추가 캠페인을 차례대로 공개할 예정이다. 17일에는 ‘아프리카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까요?’, 24일에는 ‘북극항로를 어떻게 안전하고 책임 있게 개발할 수 있을까요?’, 31일에는 ‘G7이 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한국이 G7에 들어간다면 세계 협력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8월 7일에는 ‘어떤 새로운 협의체를 한국이 주도해서 만들 수 있을까요?’를 주제로 전 세계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모든 캠페인은 반크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캠페인 포스터로 연결된 사이트를 통해 손쉽게 자신의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반크는 8월 15일 위폼의 정식 공개를 통해 시민이 국제 문제의 제안자이자 해결자가 되는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의 장을 본격적으로 열어나갈 계획이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