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가 2025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미주 한인 독립운동가 이대위, 장인환, 전명운 선생의 업적을 널리 알리기 위한 홍보 활동을 미국 전역의 한국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반크의 박기태 단장을 비롯해 권소영, 구승현 연구원은 17일부터 19일까지 미국 텍사스 댈러스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열린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주최 ‘2025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에 참가해 ‘우리가 바로 글로벌 한류 홍보대사’라는 주제로 세 차례 강연을 진행했다.

1981년 창립된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는 북미 전역에 14개 지역 협의회를 두고 있으며, 8000여 명의 교사가 8만여 명의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교육하고 있다.

이번 강의에서 반크는 미주 전역에서 온 교장과 교사들에게 이대위, 장인환, 전명운 선생의 생애와 독립운동 활동을 소개하며, 100년 전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선열들의 뜻을 이어받아 21세기 대한민국을 세계에 올바르게 알리는 ‘글로벌 한류 홍보대사’로 함께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박기태 단장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미주 한인 동포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인물로 이대위 선생을 선정했다. 그는 그 이유로 이대위 선생이 당시 미국 내에서 실질적인 ‘주미 한국 대사’ 역할을 수행하며 한인 동포들을 보호하고 대변했던 점을 꼽았다.

이대위 선생은 1903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1909년 2월 해외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할을 자임했던 대한인국민회 창립을 주도했으며, 1913년부터 1918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미주 지역 총회장으로 활동했다.

또한 그는 샌프란시스코 이민국의 통역관 역할을 자청하며, 여권 없이 입국한 한인들의 신원 보증인으로 이민 수속을 돕는 대변인 역할을 했다. 실제로 1912년부터 1920년까지 약 200명의 애국지사, 500여 명의 유학생, 70여 명의 한인 여성들이 그의 도움을 받아 미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당시 이민국 서류에 기재된 입국자 주소 대부분이 이대위 선생의 거처였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의 헌신을 가늠할 수 있다.

이대위 선생의 또 다른 위대한 업적은 세계 최초의 한글 타자기 발명이다. 그는 1915년 기존에 하나하나 활자를 조판하던 인쇄 방식을 대신해 174개의 활자를 통해 손쉽게 인쇄할 수 있는 혁신적인 한글 타자기를 고안해냈다. 그는 “국어는 한 나라의 민족, 정신, 사상, 감정을 대표하는 것이다”라며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당시 미국 언론 데일리 팔로 알토 타임스는 그의 발명을 “이 세기의 위대한 진전”이라고 극찬했다.


박 단장은 나라를 빼앗긴 암울한 시기에도 독립운동가이자 외교관으로서의 사명을 다했던 이대위 선생처럼 오늘날 미국 전역의 한국학교 교사들이 전 세계의 높아진 한국에 대한 관심 속에서 ‘글로벌 한류 홍보대사’로서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어 권소영 연구원은 ‘AI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한 한국 역사·문화 홍보’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의 비약적인 발전이 한국 역사와 문화를 왜곡된 관점으로 재현하고 확산시키는 새로운 도전 과제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기술의 진화가 가져온 이 문화 왜곡의 현실은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정체성, 문화 주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정보 패권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권 연구원은 AI가 생성한 이미지와 텍스트에서 나타난 왜곡 사례들을 소개하며 이 문제의 심각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예를 들어, 경복궁이 일본의 오사카성과 혼동되어 묘사되거나 석굴암의 불상이 실제와 다르게 동굴 바깥에 놓여 있는 모습으로 생성되는 사례가 그것이다. 

이러한 오류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AI가 학습하는 데이터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해외 교과서, 백과사전, 언론 보도, 웹사이트, SNS 등 AI가 학습하는 원천 자료에 이미 편향되거나 왜곡된 정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제국주의적 역사 서술이나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 입각한 설명들이 영문으로 광범위하게 유통되는 반면 한국 정부가 생산한 공신력 있는 정보는 디지털화나 공개 수준이 부족해 접근성이 낮은 현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정보 불균형은 AI가 세계 시민에게 보여주는 한국의 모습에 왜곡을 야기하고 있으며, 이는 곧 21세기형 디지털 제국주의의 일환이라고 권 연구원은 진단했다. 과거에는 무력으로 영토를 점령했다면, 지금은 정보를 지배함으로써 문화적 우위를 점하고 세계 인식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패권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권 연구원은 디지털 환경 속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지켜내기 위한 실질적이고도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핵심은 올바른 정보를 보다 널리 보다 정확하게 확산시키는 ‘디지털 외교’에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교육 현장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그는 특히 미주 한국학교 교사들이야말로 이러한 시대적 사명을 실현할 중심 주체임을 강조했다. 현지 문화와 한국 문화를 모두 이해하는 이들은 단순한 교육자를 넘어 글로벌 사회에서 한국을 바로 알리는 ‘문화적 교량’으로 기능하며, 현지 실정에 맞는 한국 홍보 콘텐츠의 적합성과 효과성을 분석할 수 있는 중요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권 연구원은 AI 오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올바른 정보가 디지털 생태계에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AI 상에 나타난 오류를 국가정책제안플랫폼 ‘울림’을 통해 문제 제기하고 관련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 ▲잘못된 AI 응답에 대해 직접 시정 활동을 전개하는 참여형 실천, ▲국가정책소통플랫폼 ‘열림’을 통한 정부의 한국 관련 콘텐츠 공동 점검, ▲반크의 한국 홍보물을 활용한 올바른 정보 교육 및 확산 등의 전략을 소개하며, 교육 현장에서 실천 가능한 디지털 외교 전략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전 세계 2억 명에 이르는 한류 팬 시대를 맞아 한국을 가장 가까이에서 소개하고 있는 재외동포들의 역할에 주목했다.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작한 영어 콘텐츠는 이들에게 한국을 이해하는 핵심 창구이자 기준이 되는 만큼, 앞으로는 재외동포들도 국가정책플랫폼 ‘울림’과 ‘열림’을 통해 해당 콘텐츠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직접 평가할 수 있는 참여 기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권 연구원은 750만 재외동포와 함께하는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100여 년 전 독립운동가들이 꿈꾸었던 한국을 디지털 세계 속에 구현하는 길임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어 구승현 연구원은 ‘광복 80주년, 우리가 바로 한류 홍보대사’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구 연구원은 세계 교과서와 주요 국제 기관 웹사이트에 등장하는 한국 관련 오류와 왜곡 사례들을 소개하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반크가 펼쳐온 다양한 활동들을 공유했다. 특히 그는 이 같은 활동이 반크만의 과제가 아니라 전 세계 재외동포와 한국학교 교사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시대적 사명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취지에서 구 연구원은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직접 시정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반크가 실제로 활용한 서한 양식을 공유하고, 오류 제기와 정정 요청을 위한 논리 구성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강연의 중심에는 100년 전 미국에서 조국의 독립을 외치며 역사적인 의거를 감행한 미주 한인 독립운동가 장인환과 전명운의 이야기가 있었다. 구 연구원은 이 두 청년의 행동을 대한민국 최초의 ‘한류 홍보대사’ 활동으로 조명했다. 그들의 의거는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국제사회를 향한 조선인의 항거 의지를 드러낸 외교적 선언이었다. 

1905년 일본의 침략을 정당화하며 조선의 외교권 박탈을 도운 미국인 외교 고문 스티븐스를 샌프란시스코에서 저격한 이 사건은 미주 한인 사회를 하나로 결집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전 세계로 이어지는 조직적 독립운동 네트워크의 시발점이 되었다.

구 연구원은 이 같은 ‘연대의 정신’이 바로 오늘날 750만 재외동포가 이어가야 할 소명임을 강조했다. 이어 이들이 꿈꾸었던 ‘진실된 조국의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바로 세우는 일은 여전히 완수되지 않은 우리의 과제라고 역설했다. 

한류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과서와 권위 있는 자료들에는 여전히 왜곡된 정보가 존재한다. 예컨대 미국의 한 세계사 교과서에는 “중국의 지배가 한국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질문이 실려 있고, 영국 교과서에는 한반도 전체를 고대 중국의 영토로 포함한 지도가 등장한다.

특히 해양 영토에 대한 왜곡은 더욱 심각하다. 구글에서 ‘Dokdo’를 영어로 검색하면 지식그래프에는 ‘리앙쿠르 록스(Liancourt Rocks)’로 표기되며, 설명에는 ‘독도·다케시마’로 병기되어 한일 분쟁지역으로 소개된다. 이 지식그래프는 구글이 자체 수집한 정보를 기반으로 편집하여 사용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백과사전 형태의 서비스다. 이는 단순한 알고리즘 오류가 아닌 구글이 의도적으로 구성한 콘텐츠라는 점에서 그 파급력이 크다.

이와 같은 문제에 맞서 반크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시정 요청과 글로벌 캠페인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세계적인 출판사 돌링 킨더슬리는 동해 표기를 주석으로 병기하겠다고 약속했고, 캐나다 보훈부는 “한국은 찬란한 역사를 지닌 동방의 땅”이라는 문구로 내용을 보완했다. 세계적인 지리 정보 사이트 월드 아틀라스는 반크의 노력에 대해 “결국 진정한 승자는 한국인의 애국심”이라고 평가했다.

구 연구원은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왜곡된 한국의 역사를 바로잡고, 세계에 진실을 알리는 활동이야말로 장인환과 전명운이 꿈꾸었던 대한민국을 실현해가는 가장 현실적이고 의미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반크는 이번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초청 강의를 통해 미주 한인 독립운동가 이대위, 장인환, 전명운 선생의 업적을 조명한 것을 계기로 앞으로 전 세계 750만 재외동포들을 21세기 ‘글로벌 한류 홍보대사’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100년 전 독립운동가들이 꿈꾸었던 대한민국의 비전을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 맞게 실현해 나가고자 한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