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SK온·SK엔무브 합병 및 8조 원 자본확충 결의

이석희 SK온 사장이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열린 ‘2025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 제고 전략 설명회’에서 SK온 성장 스토리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자회사 SK온과 윤활유·액침냉각 사업을 영위하는 SK엔무브의 합병을 결의하며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선다. 사업·재무구조 전반의 리밸런싱을 통해 미래 전기화(Electrification)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톱티어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적 행보다. 30일 SK이노베이션과 SK온, SK엔무브는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안을 의결했다. SK온이 SK엔무브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오는 11월 1일 통합법인이 출범한다. 동시에 SK이노베이션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영구채 발행 등을 포함한 총 8조 원 규모의 자본 조달 계획을 확정했다. 이와 함께 비핵심 자산 매각 등 1조 5000억 원 규모의 자산 효율화 작업도 병행해 순차입금을 9조 5000억 원 이상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 전기화 사업 경쟁력 강화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은 전기화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수익 창출력 제고를 목표로 한다. SK온은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분야에서, SK엔무브는 윤활유·기유와 함께 전기차용 액침냉각, 공조용 냉매 등 핵심 부품 분야에서 각각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의 결합을 통해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배터리-냉각 패키지 등 신규 사업 진출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병으로 SK온의 자본 1조 7000억 원, EBITDA 8000억 원 규모의 즉각적인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 나아가 2030년까지 2000억 원 이상의 추가 EBITDA 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양사의 기술과 사업역량 결합으로 글로벌 전기화 시장에서 한 차원 높은 경쟁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건전성 국내 톱티어 목표
SK이노베이션은 이번에 확정한 8조 원 규모의 자본 확충 계획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크게 높일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SK이노베이션은 2조 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와 7000억 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고, SK온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각각 2조 원, 3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이와 별도로 연말까지 3조 원의 추가 자본 조달도 계획했다.

자본 확충에는 SK㈜가 직접 참여한다. SK㈜는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 2조 원 중 4000억 원을 출자하고, 나머지 1조 6000억 원에 대해서는 다수 금융기관과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맺어 자본 참여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SK온과 SKIET의 유상증자도 동일한 구조로 진행돼 외부 투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와 함께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한 SK온 전환우선주 전량(3조 5880억 원)을 매입하고, 앞서 매입한 SK엔무브 지분(1200만 주)과 함께 지배구조 안정화도 마무리했다. 아울러 비핵심 자산 매각 및 유동화를 통해 연내 1조 5000억 원 이상 차입금을 추가 감축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병과 자본 확충을 기점으로 2030년까지 EBITDA 20조 원 달성과 순차입금 20조 원 미만 유지를 목표로 세웠다.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전략의 연장선으로, 석유·화학 중심의 기존 사업에 LNG 밸류체인과 배터리 사업을 더해 통합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구조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사업과 재무구조의 양방향 리밸런싱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것”이라며 “안정적 재무 기반을 바탕으로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갖춘 기업으로 도약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