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동궁과 월지, 헤이즈가 인증한 인생 야경

헤이즈 SNS

헤이즈가 다녀온 곳은 무대가 아니라, 천년의 역사가 살아 있는 경주의 밤이었다. 헤이즈의 인스타그램에는 연못을 배경으로 한 어두운 셀카와 조명을 받은 고풍스러운 누각의 반영, 그리고 초록색 시내버스 한 장이 연달아 올라왔다. 모두 ‘동궁과 월지’라는 단어로 연결된다.

경주를 대표하는 야경 맛집, 아니 야경 보석함이라 불러도 될 이 장소는 한마디로 ‘밤에 가야 하는 궁궐’이다. ‘동궁과 월지’라는 본래 이름이 아직 낯선 사람들도 많겠지만, ‘안압지’라면 어렴풋이 기억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재는 정식 명칭인 ‘동궁과 월지’로 통일돼 운영되고 있다.

연못에 비친 나무 그림자 사이로 빛이 스며들고, 정자가 물 위에 두 겹으로 피어난다. 헤이즈가 손에 음료를 들고 사진을 찍은 장소는 바로 그 월지의 가장 인기 있는 포토 스팟. 조명과 반영이 어우러진 풍경은 포토샵보다 더 진하다.

동궁과 월지의 야경 (헤이즈 SNS)

헤이즈가 올린 또 다른 사진엔 711번 버스가 등장한다. 초록빛 시내버스는 ‘동궁과 월지’라는 도착지를 네온처럼 밝히고 있었다. 이는 경주시내를 오가는 노선 중 하나로, 대중교통만으로도 동궁과 월지에 쉽게 도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관광지로서의 ‘동궁과 월지’는 무조건 ‘밤’ 타임 추천이다. 해가 지고 난 직후 조명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면 궁궐은 조용한 연회장으로 변신한다. 마치 신라 시대 귀족이 오늘도 저녁 술자리를 준비하는 듯한 분위기.

여기는 원래 신라 시대 왕세자가 머물던 동궁(東宮)의 부속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월지(月池)’라는 이름의 인공 연못이 조성돼 있었다. 그러니까 동궁 안에 월지가 있는 구조, 즉 하나의 유적지에 궁궐과 연못이 함께 포함돼 있는 것이다.

동궁은 왕세자의 집무실이자 연회장이 있는 곳이었고, 월지는 그 궁궐 정원 속의 달을 담은 연못이었다. 지금도 그 흔적은 남아 있다. 건물 대부분은 사라졌지만, 복원된 누각과 연못은 여전히 아름답게 시간을 반영한다.

‘월지’라는 이름은 그저 낭만적인 표현만은 아니다. 신라인들은 천문학적 사고를 중요하게 여겼는데, 이 연못은 하늘의 별과 달을 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물에 비친 달을 보며 미래를 점치고, 자연과 하나 되려는 의지가 담긴 장소였던 것.

전체를 도는 데는 30분이면 충분하지만, 야경을 음미하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근처에 첨성대, 경주 국립박물관도 있어 도보 이동도 가능하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