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베테랑 권창훈(22번)은 멀티 플레이어의 전형이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윙포워드가 메인 포지션임에도 포옛 감독은 그를 좌우 풀백으로도 기용하며 재미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베테랑 권창훈(22번)은 멀티 플레이어의 전형이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윙포워드가 메인 포지션임에도 포옛 감독은 그를 좌우 풀백으로도 기용하며 재미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베테랑 권창훈(왼쪽)은 모든 포지션을 두루 오가는 주연같은 조연으로 팀의 선두 레이스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베테랑 권창훈(왼쪽)은 모든 포지션을 두루 오가는 주연같은 조연으로 팀의 선두 레이스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현대는 4년 만의 타이틀 탈환, 통산 10번째 정상에 점점 다가서고 있다.

전북은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안양과 ‘하나은행 K리그1 2025’ 25라운드 홈경기에서도 2-1로 승리했다. 리그 21경기 연속무패(16승5무)로 승점 57(17승6무2패)를 쌓아 압도적 선두 레이스를 이어갔다.

위기가 적지 않았다. 안양의 역습은 매서웠고, 3차례나 골대를 때리며 홈팀을 위협했다. 그럼에도 전북은 1-1로 팽팽한 후반 43분 이승우의 결승골로 웃었다. 이 과정에서 특히 돋보인 조연이 있었다. ‘멀티 플레이어’ 권창훈(31)이다.

후반 31분 교체 투입된 그는 이영재의 침투 패스를 받은 뒤 상대 문전 왼쪽 측면에서 낮게 볼을 연결했고 문전 혼전 중 이승우가 마무리했다. 기록으로 잡히지 않았으나 어시스트나 다름없는 크로스였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이날 부여받은 역할이다. 권창훈은 근육 통증으로 교체된 왼쪽 풀백 김태현(29)의 자리에 그대로 투입됐다.

익숙한 포지션은 아니다. 권창훈은 윙포워드와 윙백, 공격형 미드필더를 주로 맡았다. 전북에서도 대개 측면에서 뛰었다. 그럼에도 투입 직후 경기 리듬에 적응하느라 1~2차례 머뭇거린 순간을 제외하면 충분히 훌륭했다. 현장을 찾은 이민성 22세 이하(U-22) 대표팀 감독이 “(권)창훈이가 풀백으로 나선 건 처음 봤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권창훈의 ‘풀백 변신’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0-2를 3-2로 뒤집은 6월 17일 수원FC전, 2-0으로 이긴 지난달 23일 강원FC전도 풀백으로 투입돼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다만 당시엔 오른쪽 풀백이었다. 베테랑 김태환(36)의 임무를 이어받으며 제 몫을 100% 해냈고 안양전에서 왼쪽 풀백까지 소화했다. 물론 거스 포옛 감독이 권창훈을 ‘풀백 5분 대기조’로 활용하려던 건 아니다. 마땅한 카드가 없는 다급한 상황에서 우연히 시작됐는데 이제 어엿한 옵션으로 자리잡았다.

베테랑 선수에 새로운 역할을, 그것도 시즌 중 부여하는 건 큰 모험이다. 그러나 포옛 감독은 선수의 영리함을 주목했고 권창훈은 “할 수 있다”고 답한 뒤 증명했다. “잘하는 것만 구현하면 잘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권창훈은 이야기하지만 그 이상을 이미 해내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