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존자다’ 문제적 다큐의 귀환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의 이야기”(종합)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조성현PD가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넷플릭스 ‘나는 생존자다’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8.13. jini@newsis.com

“나는 그들을 더 이상 피해자라 부르지 않기로 했다. 그들은 ‘생존자’다.”

2023년, 자신을 ‘신’이라 칭한 사이비 교주들의 충격적 만행을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를 만든 조성현 PD가 ‘나는 생존자다’로 돌아온다.

총 8개의 에피소드로 기획된 ‘나는 생존자’는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참혹한 사건과 그 사건을 겪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O“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조성현 PD는 다큐멘터리 속 사람들을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로 명명했다.

전편 ‘나는 신이다’에서 스스로 실체를 드러내 ‘지옥의 시간’을 증언했던 홍콩출신 여성 메이플이 특정 종교 단체와 이를 둘러싸고 벌인 ‘사투’를 곁에서 지켜보며, 조 PD는 “존중 받아 마땅한 ‘생존자’로서의 존엄성을 발견”했고 그런 배경에서 속편 제목이 지어졌다고 전했다.

조 PD는 ‘나는 생존자다’에서도 전편에 등장한 문제의 종교 단체와 이를 이끄는 교주에 맞서는 메이플의 꺾이지 않은 투쟁기를 담았다. 이에 덧붙여 조 PD는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최악의 인권 유린이 자행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부유층에 대한 증오로 일명 ‘살인공장’까지 지어 연쇄 살인을 저지른 지존파 사건, 부실 공사와 비리, 감독 기관의 무책임이 빚어낸 삼풍 백화점 붕괴 참사도 다뤘다.

조 PD는 이 사건들을 ‘이미 지난 과거의 흔적’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그는 “생존자들의 지옥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며 이들 목소리를 통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살펴보고자 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조성현PD가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넷플릭스 ‘나는 생존자다’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08.13. jini@newsis.com

O“표현 수위? 중요한 건 사실 전달”

앞서 ‘나는 신이다’는 지상파라면 다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들의 ‘성적 학대 증언 및 이를 묘사한 장면들’이 담겼고, 이와 맞물려 선정성이 다소 짙다는 일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조 PD는 이번 작품에서 ‘적절한 표현 수위’에 대해 고민했다면서도 ‘나는 신이다’ 전에도 증언자 “메이플이 자신의 피해를 다른 방송사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그의 증언에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다. 점잖은 표현 수위를 고려, 증언을 깎아내는 게 도리어 문제는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널리즘이란 결국 사건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것”임을 강조하며 “그 것이 ‘어렵게 카메라 앞에 앉아’ 증언한 생존자들에 대한 제작진의 약속”이라고 했다.

‘나는 신이다’에도 언급된 바 있던 특정 종교 단체 일부는 ‘나는 생존자다’의 공개를 취소해달라는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정식 공개를 이틀 여 앞둔 13일까지도 법원의 판단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조 PD는 “누군가에게는 이 작품의 공개가 두려운 일인가 보다. 대한민국 법원을 신뢰한다. 좋은 판단이 나오리라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