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美 한화필리십야드에 50억 달러 추가 투자…유조선·LNG선 11척 발주

미국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데이비드 김 한화필리조선소 대표, 조현 외교부 장관, 조쉬 샤피로 펜실베니아 주지사, 이재명 대통령,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정관 산업부장관, 토드영 인디애나주 상원의원. 사진제공 ｜ 한화그룹

한화그룹이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필리십야드(Hanwha Philly Shipyard)에 약 50억 달러(7조 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발표는 26일(현지 시간) 조선소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State of Maine)’호 명명식에서 이뤄졌으며, 한미 정상회담 직후 구체화된 양국 조선산업 협력의 결실로 평가된다.

명명식은 미국 해사청(MARAD)이 발주한 국가안보 다목적 선박(NSMV) 3호선 인도를 기념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방명록에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인 한화필리십야드에서 한미 동맹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길 기대한다”라고 적으며 양국 간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한화그룹은 이번 행사에서 한미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의 출범을 공식화했다. 핵심은 한화필리십야드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총 5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투입된다. 재원은 한미 간 조선산업 협력 투자펀드 1500억 달러를 활용하며,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직접 투자, 보증, 대출 방식으로 조성된다.

추가 투자 계획에 따라 조선소 내 도크 2기와 안벽 3기가 확충된다. 또 약 39만 7000㎡(12만 평)규모의 블록 생산기지를 새로 건설해 선박 건조 효율을 높인다. 여기에 한화오션의 자동화 설비, 스마트 야드, 안전 시스템이 도입돼 첨단 생산체계가 구축된다. 한화는 이를 통해 현재 연간 1~1.5척 수준인 선박 건조 능력을 최대 20척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날 한화그룹의 해운 계열사인 한화해운(한화쉬핑)이 한화필리십야드에 중형 유조선(MR 탱커) 10척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을 발주했다. 마스가 프로젝트 발표 이후 첫 수주 계약으로, MR 탱커 10척은 조선소가 단독 건조해 2029년 초 인도된다. LNG 운반선은 지난 7월 발주된 선박으로, 한국 거제의 한화오션과 공동으로 건조될 예정이다.

이번 발주는 미국산 에너지 수출 시 자국 선박 사용을 의무화하는 미국 통상법 301조 및 존스법 개정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해석된다. 한화그룹은 이를 통해 미국 해운 시장에서 안정적인 입지를 다지는 한편, 글로벌 에너지 물류 수송망에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명명식에서 “이번 투자는 한미 양국이 조선산업을 재건하고, 숙련 인재를 양성하며, 미래 산업 경쟁력을 함께 키우는 성과”라며 “한화는 미국 조선산업의 든든한 파트너가 될 것을 약속한다”라고 밝혔다.

한화필리십야드는 지난해 말 한화오션(40%)과 한화시스템(60%)이 약 1억 달러를 투입해 인수한 조선소다. 인수 후 첫 대규모 투자와 발주 계약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조선소는 한미 협력의 핵심 거점으로 위상이 강화됐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 조선 역량 강화와 한국 기업의 글로벌 입지 확대라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 한화그룹은 조선소의 현대화와 생산 능력 확장을 통해 LNG 운반선, 유조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미국은 자국 안보와 에너지 수송을 위한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기업 차원의 경영 전략을 넘어, 한미 간 전략적 경제 협력의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