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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이 2000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무려 10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대기록을 세웠다.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같은 성과를 낸 기업은 단 8곳뿐이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 조사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금융감독원 분기보고서 제출이 시작된 2000년 1분기 이후 올해 2분기까지 단 한 차례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 평균 영업이익률은 12.9%에 달했다. 10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기업은 고려아연 외에 KT&G, SK텔레콤, 한섬, 에스원, CJ ENM, 신세계, 현대모비스 등이다. 이 중 철강·비철금속 업종에서 100분기 이상 연속 흑자를 기록한 곳은 고려아연이 유일하다.

특히 이 성과는 지난해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M&A 시도와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 달성한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업황 악화와 글로벌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한 셈이다.

고려아연은 아연·연·구리 등 기초금속에서 귀금속·전략광물까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자체 기술력으로 ‘아연-연-동 통합 공정’과 아연 잔재처리 공법을 확립했고, 최근에는 미국에 전략광물 안티모니를 수출하고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신사업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추진하며 니켈 제련소 건립을 통해 이차전지 소재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고려아연은 다양한 원료를 처리해 이차전지용 니켈을 생산할 수 있는 ‘올인원 니켈 제련소’ 구축을 진행 중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은 안티모니·비스무트 등 전략광물과 금·은 등 귀금속 분야까지 선제적으로 다각화한 경영 판단 덕분”이라며 “임직원들의 금속 회수율 제고 노력과 기술 혁신이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글로벌 광물 공급망 불안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고려아연이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처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