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져도 내일은 이긴다”…1937년 링 위 부활한 ‘조선의 복서’

조선의 복서 연습실 현장 공개

삶의 벼랑 끝, 두 주먹으로 다시 일어서는 청춘들의 이야기.
창작 초연 뮤지컬 ‘조선의 복서’가 9월 9일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개막을 하루 앞두고 공개된 연습 현장은 열정과 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작품은 1937년 경성의 ‘조선권투구락부’를 배경으로, 권투에 인생을 건 두 청년 이화와 요한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들의 치열한 대결은 작가 마리아의 글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되살아난다. 작품은 패배와 상처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려는 인간의 의지를 관객에게 전하고자 한다.

줄거리는 한 편의 서사시 같다. 가난한 고아 출신이자 어린 딸까지 돌봐야 하는 신참 복서 요한은 수없이 패배하면서도 “오늘 지면 내일 이기면 된다”는 신념으로 다시 링에 오른다. 반대로 이화는 질 것 같은 경기에는 애초에 나서지 않아 무패 전적을 지켜온 냉소적인 복서다. 그는 무모한 도전조차 멈추지 않는 요한을 보며 자신 안의 두려움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던 1937년 겨울, 조선총독부가 복싱 금지령을 내리자 두 청년은 일본으로 건너가 조선인 출입이 금지된 경기장에서 무작정 링 위에 오른다. 그곳에서 요한은 일본 선수를 쓰러뜨리며 ‘조선의 복서’라는 전설로 기억되지만, 그의 마지막은 승부 조작이라는 오명으로 얼룩진다.

25년 후, 기자이자 작가인 마리아가 요한의 일대기를 소설로 연재하며 잊힌 진실을 되살리려 한다. 그러나 종로경찰서 장명의 압력으로 연재는 중단되고, 역사 속에 묻혔던 이야기는 다시금 베일에 가려진다. 작품은 두 청년의 뜨거운 도전과 몰락, 그리고 진실을 지켜내려는 의지를 통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다시 일어설 힘”을 전한다.

이화 역에는 송유택, 이종석, 김기택이 출연하며, 요한 역은 신은총, 이진혁, 박준형이 맡는다. 마리아 역에는 류비, 한수림, 이한별이, 장명 역은 이한솔, 박상준, 김재한이 연기한다. 각 배우들은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치밀한 캐릭터 분석과 몰입으로 작품의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조선의 복서’는 리딩 공연과 쇼케이스를 통해 이미 검증된 서사와 음악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 배우들의 밀도 있는 연기가 더해져 더욱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관객을 맞을 예정이다. 공연은 9월 9일부터 11월 9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