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 주드 벨링엄(오른쪽)이 7월 파추카와 클럽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쿨링 브레이크 도중 얼굴에 물을 끼얹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출처|FIFPro 홈페이지

레알 마드리드 주드 벨링엄(오른쪽)이 7월 파추카와 클럽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쿨링 브레이크 도중 얼굴에 물을 끼얹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출처|FIFPro 홈페이지


앞으로 여름에 열리는 월드컵에서는 이른 시간 킥오프, 드링크 브레이크, 경기장 지붕 폐쇄, 심지어는 경기 연기까지 일상적인 풍경이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9일(한국시간) 월드컵과 관련한 기후문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해당 연구는 영국의 ‘풋볼 포 퓨처(Football for Future)’와 글로벌 축구 관련 기부 단체 ‘커먼 골(Common Goal)’이 의뢰하고, 미국의 기후 위험 분석 기관 주피터 인텔리전스(Jupiter Intelligence)가 진행했는데, 2026북중미월드컵 개최 도시 16곳을 비롯해 2030년과 2034년 대회 예상 개최지, 그리고 리오넬 메시·크리스티아누 호날두·모하메드 살라 등 전 세계 전설들의 유소년 시절 경기장을 포함한 18개 풋살·유소년 구장까지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북중미월드컵이 열릴 캐나다·멕시코·미국의 개최지 16곳 중 13곳은 이미 매년 여름 최소 하루 이상 국제축구연맹(FIFA)의 음료 휴식 기준치인 습구흑구온도(WGBT) 32도를 넘어선다. WGBT는 단순한 기온이 아닌, 습도, 태양 복사열, 바람 등을 반영한 더위 체감 지수다. 특히 애틀랜타, 댈러스, 휴스턴, 캔자스시티, 마이애미, 몬테레이 등은 두 달 이상 이 기준을 초과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여름철 하루 이상 ‘경기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분류되는 35도 WGBT에 도달하는 도시가 10곳에 달한다는 점이다. 댈러스는 33일, 휴스턴은 무려 51일 동안 이 수치를 기록한다.

일부 도시의 경기장이 돔 구조를 갖추고 있어 선수와 관중을 일정 부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은 위안이지만, 연구진은 “진짜 위기는 지역 사회와 유소년 축구 현장에서 나타난다”고 경고했다. 조사 대상 모든 유소년 경기장이 이미 극심한 더위, 홍수, 강풍 등으로 ‘경기 불가’ 기준을 여러 차례 넘었으며, 2050년까지는 이들 중 3분의 2가 정기적으로 WGBT 35도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FIFA가 이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최근 수년간 월드컵을 러시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화석연료 부국에 연이어 배정하고, 대회 규모를 크게 확대한 행보를 보면 기후 위기 대응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올여름 미국에서 열린 클럽월드컵 역시 폭염과 폭풍우 속에서 선수 교체 멤버들이 라커룸에 숨어 더위를 피하거나, 체력 고갈 탓에 경기가 사실상 친선전 수준으로 떨어지는 장면이 연출되며 우려를 더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