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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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적 신드롬을 이끈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덕분에 넷플릭스는 환호하고 있지만, 정작 제작사 소니픽처스는 뼈아픈 회한에 잠겼다. 과거 소니픽처스의 ‘판단 미스’로 인해 ‘케데헌’의 역대급 흥행에 따른 엄청난 추가 수익을 넷플릭스가 전부 가져가게 됐기 때문이다.

O소니픽처스 ‘안전’ 얻고 ‘대박’ 놓쳐

소니픽처스는 당초 ‘극장 개봉’을 목표로 기획부터 시나리오 개발, 캐릭터 디자인 등 모든 제작을 전담하며 꼬박 4년을 쏟아 ‘케데헌’을 완성했다. 그러나 2021년 팬데믹으로 극장 개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완성된 ‘케데헌’을 넷플릭스에 통째로 판매하는 전략을 택했다.

독점 스트리밍 및 IP 활용 권리 등이 모두 포함된 총 판매 금액은 제작비 1억 달러에 추가 프리미엄 25%를 얹은 1억 2500만 달러(1736억 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거래를 통해 소니픽처스는 적자 걱정 없는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는 대신, 흥행 성과에 따른 추가 수익은 포기하게 됐다.

6월 공개된 ‘케데헌’이 전 세계를 뒤흔드는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소니픽처스의 선택은 패착이 되고 말았다. ‘케데헌’은 전례 없는 시청 기록을 세우며 역사상 가장 성공한 OTT 영화가 됐고, 단 이틀간 진행된 극장 이벤트 상영으로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소니픽처스 CEO 라비 아후자는 최근 한 행사에서 ‘케데헌’의 판매가 “실수였을지도 모른다”는 솔직한 심정을 고백하기도 했다. 아후자 CEO는 넷플릭스의 배급 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당시엔 합리적인 결정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극장 개봉을 했어야 했나 싶기도 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O넷플릭스 ‘황금알 거위’를 품다

반면 넷플릭스는 ‘케데헌’으로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손에 넣었다. ‘케데헌’은 ‘오징어 게임’을 제치고 넷플릭스 콘텐츠(영화·시리즈 포함) 사상 최고 시청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OST로 빌보드 메인 차트까지 점령했다. 이는 종전 넷플릭스 최고 흥행 영화인 ‘레드 노티스’(제작비 2억 달러)보다 훨씬 적은 1억 2500만 달러에 사들인 ‘케데헌’이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콘텐츠 업계는 넷플릭스가 굿즈 판매와 이벤트 수익 등을 제외하고도, ‘케데헌’ 스트리밍만으로 구매 비용 대비 최소 3배 이상의 직접 수익을 올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후 실사화, 뮤지컬, 모바일 게임 등으로 확장할 경우 추가 수익은 상상을 초월할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케데헌’ IP 가치를 ‘1조 원 이상’으로 매기기도 한다.

넷플릭스는 이미 속편 제작을 확정하고 준비에 착수하는 등 ‘케데헌’ 세계관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