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가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손을 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기업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고 주주의 이익을 위해 가치 제고에 나서겠다”는 화려한 명분이 붙었다. 그러나 1년이 흐른 지금, 남아 있는 건 ‘선진화’와는 거리가 먼 24건의 소송, 10배나 불어난 차입금, 그리고 지칠 대로 지친 기업 구성원들의 피로감뿐이다.
처음 양측은 ‘지배구조 개선 경쟁’으로 맞붙었다. 고려아연은 사외이사 의장 제도와 집중투표제를 내놓으며 주주 친화성을 강조했고, 영풍·MBK 측은 집행임원제를 카드로 꺼내 들었다. 한때는 “누가 더 현대적인 지배구조를 갖출 것인가”라는 논쟁처럼 보였다. 하지만 갈등이 깊어질수록 명분은 무너지고, 경영권을 둘러싼 적대적 M&A의 맨얼굴만 드러났다.
이 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는 결국 고려아연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고려아연의 별도 총차입금은 4조713억 원으로, 불과 1년 전 4107억 원에서 10배 가까이 불어났다. 부채비율은 15.8%에서 83.2%로 치솟았고, 차입금 의존도 역시 4%에서 33.2%로 급등했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애초에 적대적 M&A가 아니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고통이라는 점에서 뼈아프다.
여기에 24건에 달하는 소송전이 기업 활동을 가로막았다. 임시·정기 주주총회 결의취소 청구 소송,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사건 등 5건은 여전히 법정에 계류 중이다. 반복되는 법적 공방은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제약하고, 임직원들의 불안 심리를 키웠다. 내부 조사에서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MBK 자구노력 없는 일방적 홈플러스 폐점 계획 철회 회생법원 조치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아이러니하게도 MBK와 영풍 역시 ‘명분’을 잃으며 타격을 입었다. MBK는 홈플러스를 기업회생 절차에 넣으면서 “기업 가치를 키우겠다”던 자신들의 주장이 무색해졌다. 회생 신청 직전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의혹까지 겹치며 검찰 수사와 금감원의 재조사를 받고 있다. 대주주로 있는 롯데카드에서 해킹 사고까지 터지자 MBK에 대한 여론은 더욱 싸늘해졌다.
영풍도 상황은 비슷하다. 고려아연 인수를 추진하던 시기에 폐수 유출로 대법원 판결을 받아 58일간 조업을 중단해야 했고, 황산가스 경보기 조작으로 환경부의 조업정지 처분까지 받았다. 여기에 봉화군의 토양정화명령을 이행하지 못해 추가 제재 가능성이 거론된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1504억 원으로, 적자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확대됐다.
3월 정기 주총을 기점으로 판도는 바뀌었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경쟁력을 무기로 맞섰다. 미국 경제사절단에 합류해 록히드마틴과 전략광물 공급 MOU를 체결하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킨 것이다. 미중 갈등의 핵심 이슈인 전략광물·희소금속·희토류 분야에서 고려아연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과거 “과잉 투자”라며 미국 사업을 비판하던 영풍·MBK 측도 최근에는 이 부분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1년 동안 이어진 적대적 M&A는 결국 ‘누가 경영권을 차지할 것인가’라는 실리 싸움으로 축소됐다. 시장과 여론은 지쳐 있다. 투자자들은 끝없는 소송전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임직원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신음한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그럴듯한 구호로 시작한 고려아연 사태는 1년 만에 ‘명분 없는 전쟁’으로 퇴색했다. 남은 것은 재무적 상흔과 조직의 트라우마, 그리고 시장의 불신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하기












![올데프 애니, 끈 하나로 겨우 버텨…과감+세련 패션 [DA★]](https://dimg.donga.com/a/232/174/95/1/wps/SPORTS/IMAGE/2025/12/04/132899350.1.jpg)
![조진웅, 은퇴 선언…“질책 겸허히 수용, 배우 마침표” [전문]](https://dimg.donga.com/a/232/174/95/1/wps/SPORTS/IMAGE/2025/12/06/132913653.1.jpg)




![블랙핑크 리사, 뭘 입은 거야…파격 노출 착시 [DA★]](https://dimg.donga.com/a/232/174/95/1/wps/SPORTS/IMAGE/2025/12/05/132906328.1.jpg)






![‘불법 의료 시술 의혹’ 박나래, 오늘(6일) ‘놀토’ 정상 방송 [공식]](https://dimg.donga.com/a/232/174/95/1/wps/SPORTS/IMAGE/2025/12/06/132913424.1.jpg)

![조진웅 은퇴…“배우의 길 마침표” 불명예 퇴장 [종합]](https://dimg.donga.com/a/232/174/95/1/wps/SPORTS/IMAGE/2025/12/06/132913708.1.jpg)


![방탄소년단 정국-에스파 윈터 열애설, 커플 타투에 커플 네일?! (종합)[DA:이슈]](https://dimg.donga.com/a/72/72/95/1/wps/SPORTS/IMAGE/2025/12/05/132907619.1.jpg)

![조진웅, 소년범 전과 의혹에 “확인 후 입장 밝힐 것” [공식입장]](https://dimg.donga.com/a/72/72/95/1/wps/SPORTS/IMAGE/2025/12/05/132907713.1.jpg)


![유승옥, 확실한 애플힙+핫바디…베이글美 여전 [DA★]](https://dimg.donga.com/a/140/140/95/1/wps/SPORTS/IMAGE/2025/12/05/132909885.1.jpg)
![맹승지, 끈 끊어질까 걱정…넥타이 위치 아찔해 [DA★]](https://dimg.donga.com/a/140/140/95/1/wps/SPORTS/IMAGE/2025/12/05/132908504.1.jpg)



![조진웅 은퇴…“배우의 길 마침표” 불명예 퇴장 [종합]](https://dimg.donga.com/a/72/72/95/1/wps/SPORTS/IMAGE/2025/12/06/132913708.1.jpg)



















![김남주 초호화 대저택 민낯 “쥐·바퀴벌레와 함께 살아” [종합]](https://dimg.donga.com/a/110/73/95/1/wps/SPORTS/IMAGE/2025/05/27/131690415.1.jpg)
![이정진 “사기 등 10억↑ 날려…건대 근처 전세 살아” (신랑수업)[TV종합]](https://dimg.donga.com/a/110/73/95/1/wps/SPORTS/IMAGE/2025/05/22/131661618.1.jpg)


댓글 0